[Dispatch=칸(프랑스)ㅣ특별취재팀] "칸, 할리우드 스타워즈"
별들의 역습이었다. 칸의 64번째 영화축제는 할리우드 별들의 잔치로 막을 열었다.
제 64회 칸영화제가 11일(현지시간) 오후 5시 15분 개막작 레드카펫을 시작으로 11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개막작은 우디 알렌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 레이첼 맥아담스, 오웬 윌슨, 애드리안 브로디 등 주연배우들이 레드카펫 메인을 장식하며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할리우드 거장의 신작을 개막작으로 택한 칸의 결단은 이번에도 주효했다. 영화산업의 침체에도 불구, 이번 칸영화제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레드카펫을 밟은 할리우드 스타만 해도 10여명 이상. 게다가 공리, 판빙빙 등 중국배우까지 가세했다.
심사위원의 면면도 화려했다. 할리우드 대표적인 카리스마 로버트 드니로가 경쟁부분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 여기에 주드 로가 심사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려 신구 명품배우의 균형을 맞췄다.
칸에 떨어진, 칸을 달군, 그리고 칸을 삼킨 할리우드 별들을 살펴봤다.
◆ 칸에 떨어진 개막작 주인공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던 개막식 레드카펫 라인업. 개막작 주인공인 레이첼 맥아담스, 오웬 윌슨, 애드리안 브로디, 케시 베이츠, 그리고 감독인 우디 알렌과 부인인 순이 프레빈이 레드카펫에 오르자 축제는 정점을 찍었다.
가장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 배우는 오웬 윌슨. 할리우드 댄디남 윌슨이 뤼미에르 극장 앞에 도착하자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뜨거운 애정을 보냈다. 하지만 칸이 처음인 윌슨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 적극적인 팬서비스가 아닌 수줍은 미소로 대신했다.
할리우드 신성인 레이첼 맥아담스는 화끈한 드레스로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속살을 연상시키는 살색 시스루 드레스는 그녀가 이날의 '꽃'임을 증명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시크남 애드리안 브로디의 수트 맵시 역시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영화를 만든 우디 알렌의 등장도 인상적이었다. 부인인 순이 프레빈과 함께 의전차량에서 내린 알렌은 순이와 함께 레드카펫에 섰다. 한국에서 태어난 순이는 알렌의 옷매무새를 다시 고쳐주는 등 조용한 내조로 눈길을 끌었다.
◆ 칸을 달군 뜻밖의 스타들.
칸영화제 레드카펫은 매일 열린다. 그날 프리미어가 있는 경쟁 혹은 비경쟁작 주인공들이 매일 매일 칸의 낮과 밤을 달군다. 그렇다고 칸의 레드카펫이 출품작의 배우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그 어느 배우도 초대될 수 있고, 참석할 수 있다.
64회 칸영화제 개막식을 달군 이색스타는 판빙빙과 공리,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멜라니 그리피스 부부, 셀마 헤이엑 등이다. 비록 개막작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첫 날 레드카펫을 빛냈다.
우선 판빙빙과 공리는 영화제 공식 후원사인 '로레알 파리' 모델 자격으로 레드카펫에 초청됐다. 판빙빙의 인기는 예상 외로 뜨거웠다. 지난해 그가 입었던 강렬한 드레스 덕분에 외신기자 사이에서도 '핫이슈'였다. 다시 살이 빠진 공리는 중국 국민배우의 미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스킨 아이 리브 인'(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으로 경쟁작에 진출한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아내 멜라니 그리피스와 함께 다정히 레드카펫에 올랐다. '슈렉' 번외판인 '장화 신은 고양이' 홍보차 칸을 찾은 셀마 헤이액도 레드카펫을 깜짝 방문,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 칸을 삼킨 명불허전 심사위원.
칸영화제의 꽃이 레드카펫이라면, 영화제의 뿌리는 바로 심사위원이다.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이는 할리우드 명품배우로 구성됐다. 심사위원장은 로버트 드니로, 여기에 주드 로와 우마 서먼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이날 개막식에서 가장 큰 함성을 이끌어낸 스타는 단연 로버트 드니로였다. 드니로의 미소와 손짓에 크로와제 거리는 떠날듯한 함성으로 가득찼다. 팬들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셔터를 눌렀고, 혹시나 다시 한번 돌아볼까 싶어 끊임없이 '로버트'를 연호했다.
주드 로와 우마 서먼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의전차량에서 내리는 순간 '꺅'하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로와 서먼은 이에 보답하듯 팬들에게 다가가 손수 사인을 해줬다. 또한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 마다 다양한 포즈를 선보이는 팬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에 위촉된 봉준호 감독은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괴물', '마더'에 이어 3번째 칸을 찾은 봉 감독의 걸음에는 여유가 넘쳤다. 뤼미에르 극장 앞 계단을 오르며 스스로 '기념 셀카'를 찍기도 했다. 감독이 아닌 심사위원장으로 칸을 찾은 '인증샷'이었다.
올해로 64회를 맞는 칸영화제는 11일부터 22일까지 총 38편의 영화가 경쟁을 벌인다. 한국영화는 '북촌방향'(홍상수 감독), '아리랑'(김기덕 감독), '황해'(나홍진 감독)가 비경쟁 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대됐다.
<칸영화제 특별취재팀>
글=임근호·송은주·서보현기자
사진=김용덕·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