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비주얼만 있는 드라마? 같은 실수는 하지 않겠습니다."

 

KBS-2TV '아이리스2'는 심기일전의 드라마다. 지난 2009년 방영한 '아이리스'와 지난 2010년에 선보인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의 아쉬움을 털어버리기 위해 준비했다. 전작에서 지적받는 문제점을 개선해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가 강조한 것도 이 점이었다. 눈만 즐거운 드라마가 아닌 가슴도 울리는 드라마로 만들겠다는 것. 배우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한층 성숙해진 연기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7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아이리스2' 제작발표회. 정태원 대표와 표민수PD, 김태원 PD, 장혁, 이다해, 이범수 등을 만났다. 제작진과 출연진들에게 '아이리스2'가 풀어야 할 과제를 들어봤다.

 

 

◆ 과제 ① 제작 방향 | "볼거리 넘어 스토리로 승부한다"  

 

'아이리스 2'는 초대형 블록버스터다. 제작비만 200억 원이 투입됐다. 헝가리, 오스트리아, 캄보디아, 일본 등 5개국에서 로케이션 촬영도 진행했다. 전작인 '아리리스1', '아테나' 등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압도적인 스케일로 초반 시선몰이도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아이리스' 시리즈는 '볼거리는 있지만 스토리는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아이리스2'라고 예외는 아니다. 제작진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눈만 즐거운 드라마에서 벗어나겠다는 포부다.

 

제작자 정태원 대표는 "'아이리스1'는 완성도면에서, '아테나'는 시청률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많은 준비를 했다. 대본에 공들이고 있다. 현실적인 스토리를 만들었고 수많은 수정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얼리티로 질적 수준을 높이겠다는 각오다. 남북 설정도 단순 적대 관계가 아닌 새 정권을 조명하는 식이다. 이범수는 "현실감이 없으면 드라마가 싱거워지지 않겠나"며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전제로 상상력을 불어 넣고 있다. 남북과 주변국의 실황을 동원한다"고 설명했다. 

 

 

◆ 과제 ② 전작과 차별화 | "액션보다 멜로·첩보 강화한다"

 

'아이리스'는 브랜드 파워가 있는 드라마다. 스핀오프와 시즌2를 만들 정도로 기획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국내 드라마 중에서는 인상적인 행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안도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작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전작과 다른 강점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장르로 차별화를 꾀할 생각이다. '아이리스2'는 장르부터 차별화를 꾀했다. 전작이 액션 드라마였다면 '아이리스2'는 첩보멜로 드라마에 가깝다는 것이다. 남녀 주인공의 멜로를 강화하고 NSS와 아이리스의 심리전을 부각시켜 남녀 모두의 시심을 공략하겠다는 입장이다.

 

정태원 대표는 "'아테나' 때만 해도 남성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서 액션에 치중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채널 결정권은 여성이 갖고 있더라"며 "이제는 애절한 멜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표민수 PD를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잘해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전작보다 심리전도 많이 보여줄 계획이다. 극적 긴장감을 키우기 위해서다. 장혁은 "출연 결정 후 '아이리스1'를 봤다. 보고 나니 전작보다 첩보적인 성향이 강하더라"며 "각 인물의 삶과 전략에 집중한다. 우리가 이 점에 집중한다면 경쟁력이 될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 과제 ③ 연기 변신 | "똑같은 캐릭터? 성숙미 보여주겠다"

 

배우들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특히 장혁에게는 이 드라마가 중요한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극중 장혁은 NSS 팀장으로 등장한다.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인물이다. 액션으로 남성성과 에너지를 폭발시킨다는 점에서 전작인 '추노', '뿌리깊은 나무' 속 모습과 다르지 않다.

 

매번 비슷한 캐릭터만 한다는 지적이 나올 법 하다. 장혁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는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시청자가 배우의 어떤 점을 봐주는지도 중요하다"면서 "사실 내가 잘하는 것은 코믹과 멜로다. 한데 액션이 부각됐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유사한 캐릭터를 한 것은 배우의 욕심 때문이었다. 전보다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장혁은 "나는 달라졌다. '뿌리깊은 나무', '감기' 등을 촬영하면서 생각에 변화가 왔다"며 "전과는 다른 느낌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일례로 연기할 때 몸에 힘을 뺐다. 보다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깨 힘을 많이 풀려고 했다. 스스로 많이 풀어졌다"며 "감정 연기도 한 번에 쏟아내는게 아니라 적절할 때에 표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 과제 ④ 공동 연출 | "표민수와 김태훈의 시너지 효과 기대"

 

'아이리스2'는 2명의 선장이 있다. 표민수 PD와 김태훈 PD가 공동 연출한다. 그만큼 두 사람의 호흡이 중요하다. 문제는 두 사람의 연출 스타일이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다. 표 PD는 멜로 등 감성 연출을 주로 해왔다면 김 PD는 파워풀한 액션 연출에 두각을 보여왔다.

 

김태훈 PD는 "사실 주변의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팀이 짜여진 후에 (표민수 PD와) 참 많은 대화를 나눴다.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고 생각을 공유하게 됐다. 지금은 호흡을 조절하고 톤을 맞추는 것에 문제가 없다. 오히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다"라고 강조했다.

 

예상과 달리 서로의 영역 구분은 짓지 않았다. 두 사람의 멜로와 액션을 함께 소화하고 있다. 각자에게 낯선 영역을 다루면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기대 이상의 재미있는 연출 스타일을 발견하는 등 긍정 효과가 많다고 했다.

 

표민수 PD는 "액션 속에 드라마가 있고, 드라마 안에 액션이 있다"며 "김태훈 PD와 액션과 드라마 비율을 조율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덕분에 나 역시 상상력도 키우고 있고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진=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