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청소년 시절 외삼촌으로부터 수시로 폭행을 당한 조카가 성인이 된 뒤에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보복을 택해 장기간 죗값을 치르게 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48)에게 1심처럼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뒤 방황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말을 잘 듣지 않거나 가출을 하는 등 말썽을 일으켰다.

A씨 어머니는 동생인 B씨에게 아들의 훈육을 부탁했다. 그 뒤 A씨는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외삼촌에게 맞았다. 한 번은 가족들이 있는 앞에서 나체로 체벌을 당하기도 했다.

외삼촌에게 당한 폭행의 트라우마는 심각했다. 성인이 된 뒤에도 외삼촌에게 어릴 적 자신을 학대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그때마다 외삼촌은 '너희 엄마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5월 말에도 술에 취해 외삼촌을 찾아가 말다툼을 하다 흉기로 외삼촌을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과거 학대를 당했다는 기억에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의 훈육 방식이 학대 행위로 받아들여져 일종의 트라우마가 형성됐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성인이 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피해자를 살해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한 것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s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