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그에게서 불꽃을 봤습니다. 그와 연기하는 건, 벅찬 순간이었죠." (김혜수)

"‘이 친구 뭐지?' 싶었죠. 굉장히 신선하다고 할까? 새로웠습니다. 정말 대단한 배우입니다.” (이병헌)

“정말 예리하고 날카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현의 형태, 섬세함, 힘이 정말 뚜렷하죠.” (유아인)

이 모든 찬사는, 배우 조우진의 것이다. 그는 배우들이 칭찬하는 배우다. 그와 연기할 때 흥분되고, 그와 호흡할 때 벅차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그는, 정작 자신의 연기에 쉽게 만족하지 않는다.

"벅참과 부담이 함께 몰려옵니다. 감사히 받아들이되, 휩쓸리고 싶진 않아요.”(조우진)

칭찬에 빠지지도, 인기에 취하지도 않겠다는 것. 대신, 묵묵히 노를 젓는 쪽을 택했다. 

그러자, 김혜수가 다시 말했다.

"조우진은 천재과인데, 노력도 엄청나게 하죠. 그와 연기를 하면 흥분됐습니다. 저만 보는 게 너무 아까울 정도였죠.”(김혜수)

◆ "처음부터 끝까지, 초심"

영화 '내부자들', '더킹', '남한산성', '강철비’, '1987', '창궐', '국가부도의 날', 드라마 '도깨비', '시카고 타자기', '미스터 션샤인', 그리고 개봉을 앞둔 '마약왕'과, '전투'….

조우진은, 충무로 연기 보증수표다. 영화 '내부자들'(조상무 역) 이후, 약 2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웬만한 시나리오는 그의 손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미지 소비가 없다.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천의 얼굴이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 그는 연기력 하나로 단역에서 조연, 그리고 주연까지 올랐다.

"칭찬과 과찬, 응원과 격려가 가끔 큰 파도처럼 다가옵니다. 휩쓸리지 않고 버티게 만드는 힘은 초심이에요."

조우진은, 초심을 강조했다. 인기는 순간의 파도와 같다는 것. 휩쓸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노력으로 평점심을 유지한다.

"저는 연기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노력만이 관객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어요. 주어진 작품과 인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 각오는 변치 않을 겁니다."

◆ "연기의 , 확신과 신념"

그런 마음으로 선택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다. 지난 1997년 IMF 사태를 소재로 삼았다. 국가 부도까지 남은 시간 7일. 막으려는 자와 이용하는 자의 이야기다.

조우진은 재정부 차관으로 분했다. 그는 국가의 위기를 이용하는 자다. 정부 대책팀의 컨트롤 타워로, 한시현(김혜수 분)과 대립한다. 그의 새 판짜기는 성공. (대신, 관객에겐 발암이다.)  

그는 이 영화를 택한 이유에 대해 "신나서”라고 답했다. 도전하고 싶었다는 것. "그 시대 공기가 느껴졌다. 또 다른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거란 도전 의식이 생겼다"고 전했다.

하지만 겁이 났다. 그도 그럴 게, 권력 실세의 우월감을 표현해야 했다. 고민이 앞섰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 공감의 문제가 있었다.

"차관은 고통을 '주는' 사람입니다. 저는 IMF 당시 고통을 '받은' 사람이었고요. 감정 이입이 힘들었습니다."

단순해지기로 했다. 우선 2가지만 생각했다. '확신'과 '신념'이다. 먼저, 시나리오에 대한 확신. "대본에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그것만 믿었다. 텍스트를 파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인물에 대한 신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최면'이다.

"차관은 본인의 능력이 국가, 집단, 자신의 발전에 이익을 준다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자신의 선택이 (옳든 그르든) 옳다고 여기는 인물이죠."

◆ "캐릭터 노트, 그리고 연구"

조우진은 캐릭터 노트를 작성했다. 철저히 '차관' 마인드로 생각했다. 그는 권력의 표상. 노트의 첫 번째 키워드는 '우월감'이었다. '내가, 곧 답이다'는 오만, 그리고 독선.

다음으로, 이미지 노트. 정형화된 이미지를 고집하지 않았다. 호흡, 눈빛, 말투, 비주얼 등을 연구했다. 관습적인 연기를 피하고 싶었다.

"차관의 우월감은 외모에서 시작돼야 했습니다. 지인의 형님을 참고했습니다. 그분의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들고 왔어요. 옷매무새, 걸음걸이, 자세 등을 파고들었죠."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화법이다. 그는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말투와 호흡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고위 공무원을 찾아가 근무하는 모습도 관찰했다. 심지어, (남의) 회식까지 참석했다. "편한 자리에서 그 사람의 민낯이 보이지 않나.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경제 공부도 했다. "용어 공부를 많이 했다"면서 "무엇보다, 당시의 흐름을 보려고 했다. 그 시대 공기를 느끼고 싶어 당시 신문을 열심히 찾아봤다"고 전했다.

그렇게, 결코 뻔하지 않은 '뻔한' 차관이 탄생했다. 더 연구했고, 이해했고, 풀어냈다. 그리고 조우진은 그의 연기가 운이 아닌 실력임을 증명했다.

◆ "왜 위기를 알려야 되는데?"

그의 연기는 분노를 일으켰다. 미세한 호흡과 시선, 무심한 말투와 표정, 그 모든 것을 녹였다. 그 결과, 스크린을 압도했다. 독보적인 존재감은, 대체 불가였다.

"국가의 위기를 개인의 기회로 만듭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철저히 이용하죠. (관객들의) 분노를 유발하고 싶었습니다."

단적인 장면 하나. 조우진은 국민을 위해 위기를 알려야 한다는 '한시현'에게 "왜 위기를 알려야 되는데?"라며 조곤조곤 몰아붙인다.

절대, 입을 크게 벌리지 않는다. 시종일관 중저음 톤을 유지한다. 건조한 표정 위에 날카로운 눈빛을 더했다. 권력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여직원에게 "넌 커피나 타와'라고 말하죠. 애드립이었죠. 그냥 만들어진 장면이 아니에요. 서로가 의견을 내고, 공유하고, 시도했습니다."

조우진의 연기는 예측할 수 없었다. 에너지를 터트려야 할 때, 잔잔하다. 소리를 높여야 할 때, 나지막이 말한다. 독특했고, 신선했다. 

◆ "이젠, 믿고 보는 배우"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는 "아직 더 달릴 때"라며 힘을 주었다. “'이제 좀 골라서 해라, '쉬어라' 하시는 분들도 많다. 아직 그런 고민을 할 시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시 한번, 초심을 말했다. 여전히 노력할 시기라는 것. "솔직히 아직 (미래를) 고민해보지 않았다.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런 위치도 아니다"며 자세를 낮췄다.

실제로 만난 그는, 쑥스러움이 많았다. 칭찬에 귀가 빨개졌다. 눈동자는 갈 곳을 잃었다. 하지만 연기를 말할 때면, 눈빛이 달라졌다. 확신이 보였다.

“내성적인 성격입니다. 생각이 많은 편이죠. 하지만 연기할 때는 단순해요. 텍스트와 상대 배우에게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배우로서의 가장 큰 과제는, 집중력을 유지하는 겁니다."

조우진은, 고민하는 배우다. 그렇게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됐고, (배우들이) 칭찬하는 배우가 됐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여전히 관객과의 호흡에 목말라 있다.  

“아직 저를 모르는 분들이 더 많죠. 그분들 앞에 ‘조우진’이라는 식당의 메뉴판을 만들어준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겠습니다.“

<사진=송효진기자, 디스패치DB, '국가부도의 날'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