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역사에 화려하게 남아있던 젝스키스의 기록에 흠집을 냈다. 그것도 아주 깊게. 이럴 거면 왜 활동을 시작했던 걸까. 아, 이러려고 젝스키스의 재결합을 추진했던 걸까. 기세등등하게 나섰던 1세대 아이돌 가수의 민낯을 보고 있다.

강성훈이 연일 욕 세례를 받고 있다. 일반 대중이 아닌, 20년 넘게 강성훈을 지지했던 팬들에게. 그도 그럴 것이 강성훈의 치부까지 다 감쌌던 이들이기에 배신감은 더 클 수 밖에.

올해 39세의 강성훈은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할 수 있다.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때가 되면 팬들마저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그러나 강성훈은 신비주의를 고수했다. 여전히 세기말 아이돌 감성으로 팬들에게 남고 싶었겠지.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숨길수록 들춰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새로운 팬들을 유입했다면, 그들의 팬 문화도 받아들였어야 했다. 골수팬들에게도 과거의 방식대로 오매불망 바라봐줄 것만 기대했다면, 그 역시 멍청한 판단이고.

강성훈은 1997년 젝스키스 메인보컬로 데뷔했다. 2000년, 만 3년 1개월 만에 그룹이 해체됐다. 미련이 남은 강성훈은 솔로가수로 전환했고, 아쉬움을 가진 팬들 덕에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강성훈은 얼룩을 많이 남겼다. 병역 비리 조사에 적발된 연예인으로 시작했다. 2005년 병역 대체 복무를 했지만, 2008년 재입대 처분을 받으며 범법자 강성훈이 됐다. 강성훈은 피의자로 법정에도 여러 번 섰다. 2009년부터 수차례 10억여 원을 빌렸다는 것. 급기야 강성훈은 2012년 해당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죄 값을 치르고 끝나겠구나 싶었지만, 2015년과 2018년에도 사기 혐의로 또 고소당했다.

이 과정에서 강성훈은 매번 억울함을 호소했다. 연예인 신분을 악용해 자신에게 뒤집어씌운 사건들이라고 했다. 워낙 연예인들이 휘말린 사고가 많은 터라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성훈은 2016년 젝키의 멤버로 다시 대중 앞에 나섰다. 당시 MBC ‘무한도전’ 파워 덕분이었다. 리더 은지원을 제외한 멤버들이 자립할 수 없던 상황에서 젝키의 재결합은 하늘이 준 기회였다. 멤버 이재진의 가족 양현석 대표와 인연이 닿으며 YG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화려하게 컴백도 했고.

그때부터 강성훈은 신났다. 조심스럽거나, 겸손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연일 “노랭이”를 외치며 팬들의 집결을 요구했다. 본인이 더 들떠서 “냉동인간”이라는 수식어를 적극 활용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재결합에 젝키 팬들 역시 그런 분위기를 따르는 듯 보였다.

마냥 도취된 강성훈은 팬들의 분노를 쉽게 알아채지 못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팬들이 참아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섰다. 강성훈은 YG엔터테인먼트와 별개로 개인회사를 운영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강성훈의 연인으로 지목되는 A씨가 함께했다. A씨는 강성훈의 개인 회사 대표를 맡으며, 팬들에게 거둬들인 돈을 감췄다.

관련 의문을 제시한 팬들에게 강성훈은 “모두 거짓”이라고 했다. 눈 가리고 아웅식의, 일단 우겨보는 해명이었다. 1990년대나 통할 그 거짓말을 요즘 시대에 강성훈은 뻔뻔하게 했다. 최근 대만 팬미팅까지 취소되자 팬들은 마지막 인내심을 끊어버렸다. 강성훈을 향한 원망을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키워냈다.

결국 강성훈은 오는 10월 개최되는 젝키의 단독 콘서트에 불참한다. 추후 신곡 발표도 우선 미뤘다. 메인보컬 없이도 젝키는 가능할 수 있구나.

강성훈은 사랑할 수 있다. 그의 연인이 회사를 운영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걸 솔직하게 밝혔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지는 알 수 없다. 아이돌과 팬덤 사이 가상연애는 20년이 지나도 유지돼야 할 덕목이니까.

이번 이슈들로 강성훈은 냉동인간이 맞다는 걸 몸소 입증했다. 전성기 외모나,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것이나, 철없는 행동이나 어쩜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강성훈은 20년 전 그대로 꽝꽝 얼어있나보다.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