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착한 드라마였다. 착한 대본과 착한 연출이 만나 착한 결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착한 드라마 뒤에는 송중기와 문채원의 착한 연기가 있었다.
KBS-2TV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이하 '착한남자'). 송중기와 문채원은 드라마를 통해 부쩍 성장했다. 이들은 눈빛과 표정만으로 인물의 심리를 완벽히 표현해냈다. 넘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깔끔한 연기였다.
극과 극의 캐릭터를 변주했다. 청순과 다크, 순수와 냉정을 자유자재로 오갔다. 극단적 환경을 자신의 옷처럼 소화하며 내러티브에 힘을 불어 넣었다. 둘은 이렇게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시켰다. 그리고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송중기와 문채원, 전작 어디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착한 연기다.
◆ 캐릭터…시크와 다크, 냉정과 열정
연기란, 역할을 입는 것이다.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몸에 맞지 않아도, 자신의 몸에 맞춰 맵시를 뽐내야 좋은 배우다. 송중기와 문채원은 극중 어떤 스타일도 자기 옷처럼 소화했다. 이에 시청자는 인물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송중기는 착한남자와 나쁜남자를 오갔다. 시작은 헌신적인 순수청년이었다. 하지만 첫사랑에 배신을 당하면서 옴므파탈이 됐다. 인상적인 것은 캐릭터의 양면성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는 점. 상황에 맞게 시시각각 변신,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문채원은 차도녀와 청순녀를 단계별로 소화했다. 냉혈한 캐릭터가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청순해졌고, 기억을 찾으면서 다시 독해졌다. 스토리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 셈이다. 변화의 폭이 큰 편이었지만 완벽히 몰입, 자신의 캐릭터로 완성했다.
◆ 표정…절제 연기가 만든 여백의 미
절제 연기의 힘을 보여줬다. 문채원과 송중기는 눈빛으로 심리를 대변했고, 독백으로 상황을 표현했다. 이는 열 마디 대사보다도 강렬했다. 대본을 완벽하게 해석하고 실행한 덕분에 이경희 작가의 특징인 여백의 미도 살아났다.
문채원은 안정적인 내면 연기로 드라마의 감정선을 끌어 올렸다. 캐릭터가 급변할 때도 과잉 연기는 없었다. 한꺼번에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대신 꾹꾹 눌러 담아 차분하게 풀어냈다. 오열신에서도 절제해 슬픔을 배가시키는 등 한결 단단해진 연기 내공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송중기 역시 매순간 절제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눈빛 연기가 압권. 대사가 없어도 상황이 이해 가능했다. 대사가 아닌 표정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완벽하게 전달, 더 큰 감동을 줬다. 힘을 뺀 연기로 강한 에너지를 낸 똑똑한 연기자였다.
◆ 배우…기대주에서 원톱으로 성장
착한 남자, 송중기와 문채원에게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두 사람 모두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과 존재감을 높이 평가받았다. 외모가 아닌 연기로 인정받으며 진정한 주연배우의 자격을 갖추게 됐다.
사실 지금까지 송중기는 기대주에 가까웠다. 배우로서는 '성균관스캔들', '뿌리깊은 나무' 등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는 원톱 배우라 해도 어색하지 않게 됐다. 스타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로 성장, 더 큰 도약을 앞두고 있다.
문채원은 자신의 한계를 깨고 있는 중이다. 이번 드라마로 청순가련 외에도 다른 이미지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앞으로의 연기 도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매 작품마다 단점을 보완해가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