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곤충계의 허준'이 있습니다.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곤충 갤러리'에서는 어마어마한 능력자가 나타났는데요.

네티즌 A씨는 최근 공원을 산책하던 중 잔디밭 위에서 날개가 찢어진 나비를 발견했습니다. "해당 종은 암끝검은표범나비였고 암컷이었다"라고 설명했죠.

그는 이 나비의 날개를 고쳐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종은 수컷과 암컷의 성비가 8대2이기 때문에 이 나비를 살려내면 개체수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죠.

나비는 한쪽 날개가 살짝 찢어져 덜렁거리는 상태였습니다. "주변에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이 많아서 추측하건데, 누군가 나비를 갖고 놀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싶다"며 안타까워했죠.

환자 나비를 집으로 이송하는 것도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처음엔 플라스틱 컵에 넣었으나 나비가 흥분해서 내부에서 날갯짓을 하다 날개를 더 찢을 것 같아 지퍼백에 나비를 담아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술 준비물은 매우 다양했습니다. 카드보드지, 수건, 파우더, 순간접착제, 굵은 철사, 이쑤시개, 면봉, 그리고 핀셋이었습니다.

A씨는 날개의 찢어진 부분이 비행과 매우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맥(翅脈)은 날개를 지지하고 보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기에 손상을 입으면 비행능력이 떨어지거나 사라진다"며 "오른쪽에 표시된 것이 환자의 환부"라고 말했죠.

일단 부위를 접합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그는 나비의 환부를 덮을 수 있도록 카드보드지를 매우 작게 제단했습니다.

그리고 나비를 수건 위에 올려두고요. 굵은 철사로 나비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을 시켰습니다. "수건을 깔아준 이유는 철사의 하중을 완화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날개에 접착제가 새서 날개와 붙게 되더라도 다른 물질에 비해 쉽게 떼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술을 앞두기 전 나비의 시야를 가리는 세심함까지 보였습니다. "이렇게 시야를 어둡게 해야 구속된 환자가 안정감을 느껴 덜 움직이기 때문에 수술이 수월해진다"라고 말했죠.

이 뒤로는, 세밀한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먼저 나무 이쑤시개에 접착제를 발라 날개에 넓게 도포해줍니다.

그 다음, 재단해놓은 카드보드지를 붙여줍니다. 다음 핀셋으로 살짝 눌러 카드보드지 부착면 전체에 접착제가 스며들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접착제가 대충 말랐다면, 그 주위에 베이비파우더를 뿌려줍니다. 이렇게 하면 혹여나 덜 말랐을 접착제에 파우더가 묻어 날개가 엄한 곳에 붙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죠.

시간을 좀 두고 접착제가 완전히 말랐을 시점에 다시 면봉으로 베이비파우더를 걷어주면 수술은 끝이 납니다.

그 결과? 나비의 날갯짓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였습니다. A씨는 "수건 보풀이 살짝 붙었지만 비행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죠.

A씨는 수술 이후 나비의 건강까지 챙겼습니다. "수술이 끝났을 때는 이미 밤이 깊었다. 고생했을 환자에게 영양을 챙겨주고 한숨 재운 뒤 날이 밝으면 풀어주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나비의 상태는 어떻게 됐을까요? 완벽히 나아졌습니다. 나비를 손 위에서 떠나보내자, 다른 나비와 다를 바 없는 날갯짓을 선보이며 자연으로 돌아갔죠.

A씨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은 사람들 중 몇몇은 이제 더이상 다친 나비를 그냥 지나치지 않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이제부터라도 다친 나비를 보면 집에 데려와 치료하고 배를 채워 다시 날려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