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 부산=김수지기자]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레드카펫의 묘미는 예측불허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비프) 레드카펫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상을 벗어나는 깨알같은 재미가 쏟아졌습니다.
영화제 개막을 알리는 레드카펫. 시작과 동시에 검색어 1위 스타가 등장합니다. 바로 배소은입니다. 상반신을 대부분 드러낸 의상으로 시선을 모았는데요. 한데, 그 옆에 있는 한 남자. 표정이 압권입니다. 배소은이 섹시 포즈에 심취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또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레드카펫에서 일어난 일들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플래시가 터지는 레드카펫에 적응하지 못하는 스타도 있었고, 스타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는 스타일리스트도 볼 수 있었습니다. 노출 사수 작전을 펼치는 여배우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17번째, 비프 1mm입니다. 다양한 '손'들이 등장합니다.
◆ "가슴 사수 작전…가린 손"
여스타가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는 곳. 바로 레드카펫입니다. 특히 성숙미를 보이고 싶을 때 노출을 하는 경우가 많죠. 사실,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요. 수많은 취재진에 둘러 쌓여도 당당해야하거든요. 그래서 스타들이 쓰는 법이 있죠. 일명 포즈 잡기 전 가슴 사수 작전입니다.
예를 들면 '밴에서 내리기 전에는 가슴을 가려라' 식입니다. 몸을 숙인 채 차에서 내릴 때 쓰는 방법인데요. 과한 노출을 막기 위한 겁니다. 이날은 박하선이 그랬습니다. 그는 클러치로 가슴골을 가린 상태에서 밴에서 나오더군요. 클러치의 1석 2조 활용법이 돋보였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 가슴 라인을 살피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튜브탑을 입은 스타가 옷이 흘러 내리지는 않았는지 체크하는거죠. 이정현과 수지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정현은 차에서 내린 직후, 수지는 포토월에 선 직후에 드레스를 치켜 세우느라 바빴습니다.
◆ "뼛속부터 매너남…잡는 손"
뼛 속부터 매너남이었습니다. 이날 레드카펫에선 미남 스타들이 이구동성으로 '레이디 퍼스트를 외쳤는데요. 길 안내는 물론, 손을 잡아주거나, 자신의 한쪽 팔을 흔쾌히 내줬습니다. 시종일관 친절한 매너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중 정우성과 김남길의 매너는 여성팬들의 폭풍 질투를 불러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등장하는 외국 여배우를 위해 길을 먼저 안내하며 에스코트 했는데요. 수 많은 취재진 앞에 당황한 여배우에게 천천히 손을 가르키며 사진을 찍는 요령도 가르쳐줬습니다.
지성은 김아중이 차에서 내릴 때 손을 먼저 내밀었는데요. 혹여 킬힐에 넘어지지 않을까, 잡아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자신보다 여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매너가 시선을 끌더군요. 김아중이 단독 사진을 찍을 땐 다소 멀찌감치 떨어져 기다려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 "레드카펫은 신인…어색한 손"
레드카펫 초보자들의 실수가 이어졌습니다. 레드카펫 적응에 실패한 스타들이 여러 있었는데요. 화려한 팬서비스로 레드카펫을 수 놓은 스타가 있는가 하면, 아직은 얼음인 스타도 있었던거죠. 완벽한 의상에 비해 2% 부족한 애티튜드였습니다.
특히 신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자리였습니다. 강소라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양팔을 크게 올려 허리에 세웠는데요. 몸매가 더 부해보이는 역효과를 냈습니다.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도 레드카펫에서는 신인이었습니다. 마동석이 레드카펫을 걷는 내내 어색한 표정을 짓더군요.
레드카펫에서 이중고를 보낸 스타도 있었습니다. 신인 배우 서건우가 그랬는데요. 그는 생애 첫 레드카펫을 밟는 순간, 시쳇말로 '멘붕'을 겪어야 했죠. 바로 파트너인 배소은이 노출 세레모니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 "스타보다 바빠요…보이지 않는 손"
레드카펫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있습니다. 여자 스타들을 돋보이게 하는 스타일리스트들인데요. 스타와 나란히 걷지는 않지만 늘 그림자처럼 함께 있는 편입니다. 수시로 스타의 옷매무새를 체크,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하죠. 스타보다도 바쁘다고 할 만 합니다.
이날도 스타일리스트들은 바쁜 시간을 보내더군요. 스타가 레드카펫에 서기 직전까지도 말이죠. 이윤지의 경우 스타일리스트의 점검(?) 끝에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그는 레드카펫을 등지고 잠시 서 있었는데요. 알고보니 차 안에 있는 코디의 손길을 받느라 그랬더군요.
스타를 레드카펫에 보내기 전 최선을 하는 스타일리스트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연희와 강예원의 스타일팀이 그랬습니다. 두 사람 모두 롱 드레스를 입었는데요. 첫 발에 혹시나 드레스 자락에 걸릴까 싶어, 코디가 밑단을 잡아주는 모습입니다.
◆ "차원 다른 팬서비스…바쁜 손"
한류스타들은 팬서비스부터 차원이 달랐습니다. 레드카펫을 서자 마자 팬들에게 먼저 인사를 전했는데요. 자신을 위해 달려와준 팬들을 위해 악수는 물론, 잠깐 시간을 내 수다를 떨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팬서비스 종결자로 불리는 박시후는 화끈한 팬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팬들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며 손인사를 날려 많은 박수를 얻었습니다. 이병헌은 취재진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인터뷰를 할때 마다 상기된 표정으로 소감을 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탕웨이는 정중한 팬서비스로 한국팬들의 호감을 샀습니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탕웨이는 우아한 발걸음으로 레드카펫 위를 사뿐히 밟고 지나갔는데요. 개막식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 한국팬들에게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인사를 전했습니다. 탕웨이의 친절한 팬서비스에 팬들은 열광적인 환호로 보답했습니다.
<사진=이호준·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