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SBS-TV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온 충격적인 이야기입니다. 6년째 새벽 4시마다 걸려오는 정체모를 4통의 전화에 괴로워하는 박휘순(61) 씨의 사연을 방송했는데요.

의문의 발신자 A씨는 번호 몇 가지를 돌려서 쓰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박휘순 씨는 심적 고통을 겪고 있었는데요.

지난 7일 오전 3시경, 제작진이 함께 전화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새벽 4시가 됐고, 정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받지도 못하게 잠시 울렸다 끊긴 전화벨. 그렇게 4통을 채웁니다.

답답한 마음에 걸려온 번호로 발신을 눌러봐도 그 정체를 알 순 없었습니다.

휘순 씨는 이에 경찰서를 2차례 찾았는데요. 하지만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협박 등 내용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대신 경찰은 괴로워하는 휘순 씨에게 발신지를 알려줬습니다. 알고보니 의문의 발신자는 공중전화에서 매일같이 이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업상 이유로 휴대폰 번호를 바꿀수도 없다는 휘순 씨.

SBS 측은 이 미스터리의 단서를 찾아봤습니다. 해당 공중전화 부스들과 걸려온 번호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굉장히 집착과 집요한, 그런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이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했습니다.

왜 굳이 하필 '4'시에 '4'번을 했을까요? 한국에서 4의 의미는 죽음을 뜻합니다. 이에 휘순 씨에게 더욱 큰 스트레스를 주기 위한 방법이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 8일 새벽, 인근 공중전화에 관찰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새벽 4시가 가까워지고 등장한 한 남자. 그는 4통의 전화를 마친 뒤 근처의 택시를 타고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인 9일 새벽. 또 의문의 남자가 올까요?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예상에 없던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서둘러 달려가보니 전화부스에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드디어 의문의 발신자 A씨를 붙잡을 수 있었는데요.

A씨는 "노래방에서 친구랑 잠시 헤어졌다 전화를 걸었다"며 횡설수설했습니다. "박휘순 씨를 아느냐"고 묻자, "탤런트 이름 아니냐. 난 모른다"며 잡아뗐습니다.

이 남자의 정체요? 놀랍게도 박휘순 씨의 고향 선배였습니다. 10년 가까이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는데요.

A씨는 계속해서 "내가 자네한테 전화 왜 하냐. 아니다"며 오리발을 내밀었습니다.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죠.

휘순 씨도 이 상황을 전혀 이해 못 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원한이 없다는 겁니다. 지난 10일, SBS가 다시 A씨를 만났습니다. 촬영된 영상을 함께 보며 물었지만, 역시나 계속해서 횡설수설하며 발뺌했습니다.

"그 새벽, 공중전화를 사용하긴 했으나 그 사람(휘순 씨)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변명했습니다.

제작진이 정확히 A씨가 제보자의 번호를 누른 영상을 보여주자, "그날은 내가 술을 먹었다"고 변명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1통의 전화는 인정합니다. 다만 4통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12일, 휘순 씨와 다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행히 그 이후로 전화는 오지 않았다는데요. 휘순 씨가 직접  A씨에게 전화를 걸자 황당한 이유가 밝혀집니다.

과거 A씨가 휘순 씨에게 "노래방에서 놀자"며 밤에 전화를 걸었는데, 휘순 씨가 거절했다는 겁니다. 이 사건이 서운해 전화를 했다는데요.

물론, A씨가 6년간 걸려온 그 모든 전화를 건 것이라곤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6년간 전화를 건 심리는 파악할 수 있었는데요. 전문가들은 편집증 혹은 피해망상을 의심했습니다.

<사진출처=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