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나지연기자] “연예인이기 때문에….”

 

1998년, 강성훈은 최고 아이돌 중 한 명이었다. 그룹 ‘젝스키스’의 얼굴로, 만인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 그는 서울의 한 구치소에 있다. ‘사기꾼’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차가운 바닥에서 100일 넘게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강성훈을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를 피해자라고 말한다. 사채의 덫에 걸렸고, 이자의 늪에 빠졌다는 것. 한 지인은 “사업을 추진하다 사기를 당했고, 수습을 위해 사채를 썼다”면서 “악질 사채업자를 만났고, 최대 10일에 10%를 넘는 이자에 발목을 잡혔다”고 말했다. 

 

‘디스패치’는 지난 1달간, 강성훈 사건에 집중했다. 강성훈과 돈을 거래한 사람들을 만나 사채와 이자의 악순환을 쫓았다. 가족과 지인 등도 만났다. 급전이 필요했던 이유, 추진했던 사업 등을 전해 들었다. 

 

강성훈도 직접 만났다. 수차례 면회를 신청했고, 지난 10일 성동 구치소에서 직접 마주했다. 마지막으로, 사건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정황 및 증거도 입수했다. 통장 거래 내역 등을 통해 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연예인이니까요. 사채업자에겐 최고의 먹잇감이죠. 이미지때문에 신고도 못하니까요. 그리고 사채업자를 이길 수 없어요. 온갖 수법으로 옭아매거든요. 결국 혼자서 끙끙대다 이렇게 터지면 사기꾼이 되는거죠.”

 

톱스타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한 과정을 밀착취재했다.

 

 

◆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

 

“한류사업으로 화려하게 복귀하고 싶었어요.”

 

지난 2009년 여름, 강성훈은 한류사업을 추진했다. 국제백신연구소(IVI)에서 주체하는 한류행사의 진행을 맡기로 한 것. 강성훈의 오랜 지인은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주체하는 행사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면서 “연예계 복귀 전 사업적으로도 실력을 증명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행사 진행에 드는 비용은 약 40억 원. 강성훈은 가족에게 20억 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나머지 20억 원은 M창투사가 투자하기로 했다. 사무실 임대 등 초기자금 5억 원은 지인 K씨가 소개한 사채업자 H씨에게 빌렸다. H씨는 기업체를 운영하며 돈놀이도 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러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M창투사가 사기를 치고 달아난 것. ‘강성훈’의 이름을 팔아 1억 원씩 챙겼고, 총 12억 원을 모아 잠적했다. 이후 M사 관계자는 사기혐의로 붙잡혔지만, 이미 돈은 다 써버리고 난 뒤였다. 

 

강성훈의 한 측근은 “M창투사의 사기로 모든 계획이 일그러졌다”면서 “당시 성훈이는 행사 진행비로 이미 10억 원 이상 소진한 상태였다. 만약 행사가 취소되면 위약금을 3배로 물어야 하는 등 금전적 피해가 상당했다”고 밝혔다.

 

 

 

◆ 결국, 사채의 덫에 빠지다

 

순식간에 20억 원이 떠버린 상황. 만약 행사를 포기한다면 그가 물어야할 위약금은 엄청났다. 그렇다고 원금을 회수할 방법도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H씨에게 빌린 사무실 셋팅비용을 바로 갚을 형편도 안됐다. 월 10%의 고금리가 숨을 조여왔다. 

 

벼랑 끝에서 선택한 것은 사채였다. 사채업자 G씨가 강성훈의 상황을 알고 먼저 접근해 왔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한 지인은 “부족한 20억을 채워줄테니 이자는 신경쓰지말라고 했다”면서 “다급했던 강성훈은 G씨를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G씨가 요구한 것은 약속어음이었다. G씨는 강성훈이 발행한 2~3억 원 짜리 약속어음을 자신이 운영하는 술집 종업원에게 보여주며 투자를 권유했다. 문제는 강성훈에게 돌아온 게 없다는 것. G씨 역시 강성훈의 이름을 이용해 수억 원을 착복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G씨가 강성훈에게 빌려준 금액은 6억 여원. 반면 원금을 제외하고 갈취한 돈은 4억 원이 넘는다. 최대 3,650%의 고금리를 적용해 2억 원이 넘는 돈도 이자로 받았다. 그렇게 가져간 돈이 10억 원이 넘는다는 증언도 있다.

 

 


◆ 사채의 늪, 계속되는 족쇄

 

결국 강성훈은 지난 2011년 3월 G씨를 대부업법 위반혐의로 고소했다. G씨는 어음에 투자한 종업원 등을 시켜 강성훈을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수사결과 강성훈의 무죄는 입증됐다. G씨에게 빌린 돈보다 그에게 나간 돈이 더 많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실제로 강성훈이 쓴 사채의 이율은 1일 10%, 1월 10%, 1년 360%, 1년 3650% 등 다양했다. 이자에 이자를 갚기위해 사채에 사채를 쓰기도 했다. 강성훈은 G씨와의 악연을 법적으로 끊으며 사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지난 4월, 강성훈은 또 다시 과거의 사채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 2009년 H씨에게 빌린 초기자금이 문제였다. H씨는 강성훈을 사기혐의로 고소했고, 강성훈은 H씨의 원금은 이미 다 갚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강성훈의 오랜 지인은 “H씨가 차를 담보로 돈을 빌려줬다. 이자도 상당했기에 다른 돈을 빌려 H씨의 돈을 먼저 갚았다”면서 “강성훈이 자기 계좌를 이용하지 않고 중간에 소개해준 K씨 계좌를 이용했다. 아무래도 거기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 엎친 데 덮친 배달사고, 구속
 

‘디스패치’가 단독으로 입수한 법원 기록지에 따르면 2009년 6월부터 7월까지, 강성훈은 자신의 차를 담보로 4억 8,000만 원을 빌린다. 사무실 비용 및 계약금 지급 등 한류행사를 진행하는데 들어간 초기자금 5억 원과 일치하는 금액이다.

 

강성훈은 7월 말부터 K씨를 통해 H씨의 돈을 갚아 나간다. 2009년 8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의 통장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강성훈은 약 4억 원 이상의 돈을 K씨 계좌로 입금한다. K씨가 강성훈과 H씨를 연결하는 중간다리인 셈이다.

 

문제는 강성훈의 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 법원에 제출된 K씨의 통장 거래서를 살펴보면, 당시 K씨의 계좌에서 H씨의 계좌로 들어간 돈은 2억 원이 채 안된다. 나머지 돈은 주로 개인적인 곳에 쓰였다. 배달사고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강성훈의 한 측근은 “K씨가 자신을 통해 돈을 갚으면 7%의 이자만 내면 된다고 했다”면서 “이자를 줄여보려고 K씨를 거쳤는데, 그 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씨는 강성훈과 H씨 사이에서 선이자 5% 등을 떼는 등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었다.

 

 

◆ 갚아도 갚아도, 갚을 수 없는 빚

 

결과는 비참하다. 강성훈은 100일이 넘게 구치소에 갇혀 있다. 변명을, 아니 해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그리고 빚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강성훈에 따르면, 10억 원을 빌렸고 20억 원을 갚았는데도, 여전히 빚이 남아있고, 소송이 진행중이다.

 

강성훈의 한 측근은 “통장내역을 보면, 빌린 돈보다 갚은 돈이 더 많다. 그런데 고소인들은 원금을 못받았다고 한다”면서 “분명 돈을 갚아도 중간에서 가로챈다. 그렇게 빚은 늘어나고 이자는 쌓였다. 연예인이라 지금껏 하소연도 못했다. 그냥 당하고만 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악의적인 인터뷰가 기사화되고 있다. 또 다른 고소인 O씨는 지난 7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7000만 원에 대한 합의서는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며 “강성훈이 거짓말로 재판장을 농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성훈의 ‘범죄일람표’를 보면, 그는 O씨에게 빌린 3억 8,300만 원 중 8,900만 원을 갚았다. 또한 ‘리스승계’와 ‘대의변제’ 방식으로 갚겠다고 약속했다. 리스는 이미 본인 앞으로 승계된 상황이며, 대의변제는 법정 구속 이전까지 대신 갚고 있었다.

 

 

◆ 사채의 덫, 빠져나올 수 없을까.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모든 것은 시작부터 어긋났다. 그래도 강성훈은 혼자서 감당하려고 애썼다. 그것이 사채라도, 행사만 마무리지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을거라고 오판했다. 그가 손을 댄 것이 사채고, 그 늪에서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간과했다.

 

현재 강성훈은 5차 공판까지 마쳤다. 오는 25일 결심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사채의 덫에 걸린 강성훈의 입장에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분명 돈을 갚은 흔적은 있지만, 채권자와 직접적인 거래가 없는 게 문제다.

 

강성훈의 변제의지를 증명할 매니저 H씨의 행방이 모호한 상태다. H씨는 강성훈과 함께 은행 업무를 보던 사이. 실제로 강성훈은 K씨 뿐 아니라 H씨를 통해서 돈을 갚기도 했다. 또한 O씨와의 오해도 풀어야 한다. 강성훈의 변제의지를 O씨가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훈은 인터뷰에서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다. 선의의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다”면서 “무리하게 일을 진행한 게 실수다. 그러나 절대 고의성은 없었다. 돈이 생기면 조금이라도 갚으려고 노력했다.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며 반성했다.

 

<사진=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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