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과거에는 평화의 상징이었다지만, 요즘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새입니다. 그런데 이 비둘기를, 좁은 아파트에서 키우고 있는 여성이 있는데요.

지난 2일 방송된 KBS-2TV '제보자들'에선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비둘기맘' 사건을 다뤘습니다. 김미선(가명)씨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미선 씨는 2년 전 비둘기 떼를 데리고 아파트에 이사왔습니다. 5~60여 마리의 비둘기를 좁은 집 안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도 아파트는 심각합니다. 미선 씨 집 창문으로 수십 여 마리의 비둘기 떼가 자유롭게 오갑니다. 비둘기들의 배설물과 악취로 아파트는 심각하게 오염됐죠.

아파트 주민들은 분노한 상태입니다. "더럽고 냄새나서 살 수가 없다", "관리사무소는 대체 뭘 하는 거냐" 등 다들 화를 냈습니다.

'제보자들' 제작진이 미선 씨를 만나봤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충격적입니다. 집안은 촘촘한 비둘기들로 채워져있습니다. 싱크대마저 비둘기가 장악했죠.

미선 씨는 "오래됐다. 한 10년 전 비둘기가 내게 다가왔다. 모이가 있다면 모이를 한 줌 주는 게 인간의 도리 아니냐"고 말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한 마리씩 돌보다가 지금의 상황이 돼 버렸다고.

이 집은 오로지 비둘기만을 위한 공간입니다. 미선 씨는 아주 좁고 더러운 곳에서 몸을 누이고 잠을 잡니다.

미선 씨는 "수시로 배설물을 닦아 내야 한다. 몸을 움츠리고 잠을 자야 한다"면서도 웃습니다. 그녀의 좁은 공간에도 비둘기 천지.

그녀는 왜 이렇게 비둘기에 집착하는 걸까요. 그녀에게 비둘기는 친구이자 가족이랍니다. 실제로 비둘기에게 입김을 전하고, 껴안고, 애지중지합니다.

그날 오후, 이웃집 할머니가 미선 씨를 찾았습니다. 미선 씨는 문을 열지 않았죠.

미선 씨는 "이웃 사람들이 모이를 주는 걸 시샘한다. 사람도 못 먹는 걸 짐승을 준다고 한다"고 말합니다.

미선 씨는 엄청난 양의 음식물을 준비해 밖으로 나서는데요. 이것도 비둘기의 모이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때까지 이웃집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었고, 실랑이가 시작됐습니다.

할머니는 화가 나서 "방안에서 비둘기 기르니까 시끄럽고 냄새나서 살 수 없다. 당신 혼자 사는 것 아니지 않냐"고 소리쳤습니다.

미선 씨는 요지부동. "어느 집이든 냄새 안 나는 집이 없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할머니가 손을 올리자, 미선 씨도 격렬하게 맞섭니다. 주민들이 소란에 모여들어 한 마디씩 거들어도, 미선 씨는 "어느 집이든지 냄새 안 나는 집이 없다"고 반복합니다.

미선 씨는 "사람이 더 더럽고 사람이 제일 냄새난다"고 소리를 질렀죠. 이러다보니 갈등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창문을 못 연다", "너무 더럽다", "그 한집 때문에 모든 집이 고통받으니 어떻게 하냐"고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미선 씨도 억울하고, 많이 지쳤습니다. 이날 실갱이로 신발이 뜯어져 있었고요. 계속된 주민들과의 분쟁에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미선 씨는 매일 같은 시간 아파트를 맴돕니다. 준비해온 모이를 꺼내자, 수백여 마리 비둘기가 날아들어 모이를 먹습니다.

그럴 때면 또 다른 주민이 나와 "아줌마. 여기서 비둘기 모이 주면 안 된다"고 말하죠. 미선 씨는 아무런 대꾸 없이 자리를 뜹니다.

비둘기의 밥값으로는 한 달에 17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답니다. 비둘기의 먹이는 가장 비싸고 좋은 것으로 신경써서 고른다는데요.

그러나 정작 본인의 끼니는 인스턴트 컵라면 등으로 때웁니다. 미선 씨는 "제가 기초생활 수급자다. 월세 살았던 집 보증금도 있다"고 비둘기 식비에 대해 밝혔습니다.

넉넉치 않은 형편. 그럼에도 비둘기를 위해서라면 아깝지 않다고 합니다.

조심스레, 미선 씨는 과거 이야길 꺼냈습니다.

"자식을 낳자마자 헤어져서 살았다. 그때 당시 생활이 어려웠다. 마음이 울적할 때 '새 같이 한번 날아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미선 씨)

남편과 헤어지고 힘들던 시절, 자유롭게 나는 비둘기는 보기만 해도 희망이었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시작된 비둘기에 대한 집착이 이렇게까지 발전한 거죠.

미선 씨는 집에서 알도 받고 있습니다. 비둘기 개체 수가 많아질수록, 이웃과의 갈등은 너무나 심해지고 있습니다.

전 프로파일러 김윤희 씨가 나섰습니다. 미선 씨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자, 미선 씨는 눈물을 터뜨립니다.

미선 씨는 "저도 미안하고, 제가 나쁘다. 그런데 어떻게 하냐. 비둘기들이 나를 놔주질 않는다"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제작진은 미선 씨의 가족도 만나봤는데요.

미선 씨 어머니는 "미선이가 성격이 나무랄 데가 없다. 저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저런 모습을 보고 제가 죽으면 되겠냐"고 속상해 했습니다.

남편과 이혼한 후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그녀. 아이도 볼 수 없게 되자, 우울증이 생겨 비둘기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미선 씨 어머니는 집을 떠나는 제작진을 붙잡으며 "제발 딸을 도와달라. 내가 저 애만 생각하면 속상해 죽겠다"고 애걸했습니다.

해결책이 절실한 상황. 우선, 조류 전문가가 미선 씨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야생동물인 비둘기를 좁은 공간에서 키우며, 부화까지 시키는 건 적절치 않다. 그럴 경우 사람의 기관지 등에 들어가 질병까지 일으킬 수가 있다" 등 조언을 해줬죠.

제작진과 전문가의 계속되는 설득에 고민이 많아진 미선 씨.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맙니다. 사실 그녀도 잘 알고 있거든요. 비둘기를 안에서 기르면, 모두가 힘들다는 걸요.

결국 야생동물 센터의 도움을 받아, 비둘기를 방생합니다. (참고로, 질병 상태를 확인하고 사람과 멀리 떨어진 곳에 방생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미선 씨가 냉장고 이야길 꺼냅니다. 냉동실에 수십 여 마리 비둘기 사체를 보관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 사체들도 처리했고요.

오염된 집은 자원 봉사자들이 청소했습니다.

주민들은 다행히 너무나 기뻐합니다. 미선 씨와 친하게 지낼 마음이 있다고 모두들 기꺼이 반겨 줍니다.

"우리 이웃인데 만날수도 있지 않느냐. 잘 지내고 싶다", "미선 씨가 마음을 열면 우리도 포용할 준비가 돼 있다" 등 이야기를 합니다.

정신과 전문의는 "사랑했던 아들과 일찍 헤어지고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이런 저장 강박증 장애를 벗어나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미선 씨가 앞으로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랍니다. 아파트 주민들과도 잘 어울리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사진출처=KBS-2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