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서보현기자]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던 영화였다." (강동원)
"가슴이 뜨거워지는 영화다." (이경영)
"영화 보면서 힘이 났다. 이 망할 놈의 세상, 백성들이 한 번 구해보죠." (조진웅)
지난 14일에 열린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 기자 간담회. 배우들은 극찬을 쏟아냈다.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 온 강동원은 이 영화로 생기를 되찾았고, 이경영,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 등은 이 작품으로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배우들의 자화자찬이 없더라도, '군도'는 2014년 최고 기대작이다. 하정우와 강동원이 만났다는 사실 만으로도 강력하다. 게다가 영화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의 신작이다. '믿고보는 영화'라는 타이틀이 민망하지 않을 라인업이다.
쏟아지는 관심 만큼 영화를 향한 기대도 높다. 하정우와 강동원은 어떻게 변했는지, 윤종빈 감독이 그려낸 세상은 어떨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과연 '군도'는 어떤 영화일까. 윤종빈 감독이 미리 답했다.
◆ 메시지 : 보통사람이 바꾸는 세상
'군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세상을 향한 의적들의 반란을 다룬 액션 활극이다. 복수를 위해 무공을 연마하는 백정 도치(하정우 분)와 그 대척점에 있는 무관 조윤(강동원 분)의 대결이 주된 스토리다.
천민과 양반의 대결을 세운 것은 영화의 메시지와 관련이 있었다. 윤종빈 감독은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주체성이다"라며 "뛰어난 특정 인물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개개인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목표는 치유다.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윤 감독은 "'범죄와의 전쟁'을 끝내고 나니 세상의 변화에 희망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그것을 통쾌하게 뛰어넘는, 치유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캐릭터 : 평범한 영웅 vs 연민의 악역
'군도'는 영웅담이다. 세상을 바꾸려는 도치와 이를 억압하는 조윤이 선악구도를 띄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영웅담과는 다르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이 없다. 도치는 영웅이라기엔 20% 부족하다. 반면 조윤은 악역이지만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도치 캐릭터에 영웅성을 투여하지 않은 것은 메시지와 직결된 문제였다. 윤 감독은 "도치는 평범한, 아니 그보다 부족한 인물"이라며 "'홍길동', '임꺽정' 등과 같은 특별한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다"라고 전했다.
조윤에게는 악행의 이유를 설명, 공감대를 이끌었다. 이유있는 악인으로 만든 것. "나쁜 사람은 이유를 말해주는 순간 그 인물의 세상이 보인다고 생각했다"며 "주제가 있는 영화인 만큼 조윤의 배경을 충분히 설명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 디테일 : 하정우 vs 강동원
캐릭터의 특징을 살린 디테일도 주목할 만 하다. 조윤의 경우, 차가운 이미지를 풍기게 했다. 대표적인 예가 도치와 대결 중 상투가 풀어져 긴 생머리가 나오는 신. 이때 강동원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날렵한 선을 부각시켰다.
윤종빈 감독은 "조윤이 더 악랄하게 변하는 순간을 표현하려 했던 신"이라며 "그 때 조윤이 귀신같이 서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무협영화 '백발마녀', '천년유혼' 등과 같은 느낌도 내보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도치의 경우 평범함을 보여주기 위해 틱 장애 설정을 추가했다. 하정우가 윤 감독의 실제 습관을 반영한 것. "하정우에게 지능이 떨어지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습관을 해달라고 주문했다"면서 "내가 머리를 터는 습관이 있다. 그걸 따라하더라. 재밌었다"고 소개했다.
◆ 러닝타임 : 137분, 못다한 이야기?
'군도'의 러닝타임은 137분이다. 오락 영화로는 긴 편이다. 그만큼 영화가 담고 있는 스토리가 방대하다. 도치와 조윤의 악연부터 변해가는 과정, 대결과 좌절 등을 다 담고 있다. 이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 곳곳에 내레이션을 사용했다.
윤 감독은 "미니시리즈 12부에 해당할 정도로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걸 압축해서 2시간 안에 만들어야 했다"며 "내레이션으로 효과적으로 설명을 하려고 했다. 동시에 마치 구전동화같은 느낌도 주려고 했다"고 얘기했다.
윤 감독이 끝내 풀지 못했던 숙제도 있다. 주인공 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담지 못했다. 그는 "영화 맥락상 다른 캐릭터의 다양성을 포기한 부분이 있다"며 "그중 태기(조진웅 분)를 좀 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고 털어놨다.
<사진=서이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