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zen, 韓이름은 겨울왕국"… 외화, 한글 제목의 법칙 (종합)

기사입력 : 2014-02-12 11:10

 

[Dispatch=서보현·김효은기자] 크로아티아에서는 '밝은 왕국'이라고 부른다. 터키에서는 '눈의 나라'라고 하고, 리투아니아에서는 '얼음파티'라 말한다. 우크라이나에선 '차가운 심장'으로 통하고, 중국에서는 '빙설대모험'으로 알려져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겨울왕국'이다.

 

'프로즌'(Frozen). 사전적으로는 '얼어붙은', '냉동된' 등의 뜻을 갖고 있다. 이 영어 단어는 전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의미로 통한다. 하지만 '프로즌'이 영화제목이라면? 그 나라의 정서, 시기, 타깃 등에 따라 다양한 제목으로 바뀐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겨울왕국'으로 불릴까. '디스패치'가 외화 제목의 비밀(?)을 살펴봤다. 해외 영화 수입사와 배급사 관계자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외화 네이밍의 특징도 정리했다. 외화는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전달될까.

 

 

◆ 외화, 현지화 작업이 필요한 까닭?

 

영화 홍보의 시작은 '제목'이다. 영화를 소개하는 이 '이름'은 주요 마케팅의 밑거름이 된다. 관객은 제목을 통해 영화에 대한 첫 인상을 받는다. 이후 포스터, 예고편, 입소문 등을 수집해 관람을 결정한다. 한 마디로 제목은 영화를 만나는 출발점이다.

 

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제목은 입에서 입으로 전달된다"면서 "말은 가장 빠르고 멀리 전해지는 매체다. 다른 매체보다 전달력이 강하다. 제목은 외화의 수입·배급을 결정할 때 가장 신경쓰는 요소"라고 전했다.

 

원제, 즉 외국어 제목을 한국어 제목으로 바꾸는 건 주로 수입·배급사의 마케팅 팀에서 담당한다. 이 때 몇 가지 고려 요소들이 있다. 우선 타깃 설정이 중요하다. 대상이 전해지면 정서 파악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쉽게 전달될 수 있는 제목을 만든다.

 

예비 관객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UPI 코리아' 관계자는 "'이런 내용의 영화에 어떤 제목이 더 어울릴까'라는 리서치를 진행하기도 한다"면서 "가장 호응있는 제목으로 바꾸기도 한다. 관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 How to ① 타깃 설정은 필수다

 

한국어 제목의 첫 번째는 타깃 설정이다. 주 관객층을 판단, 그에 맞는 제목으로 바꿔야 한다. 타깃에 가장 민감한 장르는 애니메이션이다. 극장가에서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에, 효과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끌어야 한다.  

 

전 세대를 공략할 때는 스토리를 반영한다. '겨울왕국'이 대표적인 예다. 원제 '프로즌'(frozen) 대신 영화 내용을 제목에 옮겼다. '디즈니 코리아' 측은 "프로즌이 쉬운 단어라 해도 모두를 아우르긴 어렵다"며 "마법으로 얼어붙은 왕국을 포괄하는 제목이어야 했다"고 밝혔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할 경우, 귀여운 제목이 1순위다. '슈퍼배드' 시리즈가 그렇다. 원제는 '디스피커블 미'. '비열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배급사 측은 "발음과 뜻이 어려웠다. 노란 미니언의 귀여운 이미지와 악당 이미지를 살리는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성인 대상의 영화는 보다 직접적인 타깃팅이 필요하다. 일례로 '19곰 테드'는 원제 '테드'(Ted)에서 19곰을 추가한 경우다. '테드'라는 제목만으로는 타깃을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 성인 코미디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원제 앞에'19곰'을 붙였다.

 

 

◆ How to ② 쉬운 제목이 우선이다

 

사람 이름도 그렇다. 쉬운 이름이 기억되기 쉽다. 영화도 마찬가지. 발음이 자연스럽고, 단어는 간결해야 한다. 외국 정서나 문화 역시 현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 영어 단어로 재가공할 때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어가 좋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발음 때문에 제목이 바뀌었다. 원제 'Fast & Furious'의 발음이  쉽지 않아서다. 배급사 측은 "제목을 바꾸는 대신 단어의 뜻을 살렸다"며 "자동차 액션 영화에 '화났다'는 뜻을 결합해 '분노의 질주'로 바꿨다"고 했다.

 

원제의 의미가 애매한 경우도 제목 변형이 불가피하다. '천재 강아지 피바디'의 원제는 'Mr. Peabody & Sherman'. 원제를 봐서는 장르, 내용, 특징 등을 알기 힘들었다. 이에 관객이 쉽게 이해하도록 '강아지'를 살렸고, 앞에 '천재'를 붙였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정서의 차이를 고려했다. '신부 들러리'라는 뜻의 'Bridesmaids'를 변경했다. 영화 관계자는 "한국에는 친구들이 들러리를 서는 문화가 없다. 원제로는 의미 전달이 안될거라 생각했다"며 "들러리를 한 번 더 풀어서 설명했다"고 전했다.

 

 

◆ How to ③ 스토리는 부제로 설명한다

 

원제가 아주 유명할 때, 한글로 제목을 바꾸는 건 모험이다. 예를 들어 '칸영화제' 출품작을 전혀 다른 제목으로 소개하긴 힘들다.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도 제목을 바꾸긴 어렵다. 이 경우 원제를 최대한 살리고, 부제에 스토리를 요약해 설명한다.

 

제 62회 칸영화제 수상작인 '인글로리어스 바스타즈'.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화제가 된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이다. 워낙 유명한 영화라 원제을 바꾸는 건 실례였다. 그렇다고 난해한 영어 단어를 그대로 옮기는 것도 무리였다.  

 

'바스타즈' 배급사 'UPI 코리아' 관계자는 "우선 바스타즈라는 발음이 어려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며 "대신 부제로 부연 설명을 했다. '거친 녀석들'이라는 부제를 만들어 '센' 영화라는 것을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시리즈물인 '마다가스카3 : 이번엔 서커스다!'의 경우 부제만 손봤다. 미국판 부제는 'Europe's Most Wanted'. '유럽에서 가장 좋아하는'이란 제목은 내용을 온전히 담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영화의 주요 내용인 서커스를 부각, '이번엔 서커스다'로 변형했다.

 

 

◆ How to ④ 원제를 그대로 쓰는 경우는?

 

그렇다고 모든 외화에 현지화 작업을 하는 건 아니다. 원제를 100% 갖다 쓰는 경우도 있다. 익숙한 단어로 만들어져 이해하기 쉬울 때, 영화 내용이 원제에 충분히 드러날 때, 대체할 만한 단어가 없을 때 등이다.

 

'어바웃 타임'은 원제 자체가 쉬운 단어로 구성됐다. 배급 관계자는 "영어 제목이지만 길이도 적당하고 뜻도 어렵지 않았다"면서 "게다가 영화의 소재와 주제를 잘 드러내고 있었다. 굳이 한글로 바꿀 필요성을 못느꼈다"고 말했다.

 

'슈렉'은 대체불가의 제목도 있다. CJ E&M 측은 "당시 슈렉은 처음 만들어진 캐릭터였다. 하지만 슈렉을 '녹색괴물'로 바꿀 수 없었다"면서 "캐릭터 영화의 경우 원제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 캐릭터의 파워로 흥행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원제의 임팩트를 살릴 때도 있다. '더 퍼지'(The Purge)는 영어 단어의 강렬함을 온전히 전한 경우다. 수입사 관계자는 "좀 쉽게 풀어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원제가 주는 임팩트를 포기할 수 없었다. 대신 포스터에 카피를 추가해 내용을 풀었다"고 말했다.

 

 


<글=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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