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이 수상하다"…신사의 품격, 뻔한 로코의 내공

기사입력 : 2012-06-04 14:47

 

[Dispatch=김수지기자] 역대 이렇게 노골적인 짝사랑은 없었다. 짝사랑을 하면 들킬까 걱정하고, 가슴앓이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다르다. 시작부터 짝사랑 한다고 대놓고 선전포고한다. 주도권도 뒤바뀌었다. 짝사랑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갑'이다.

 

SBS-TV '신사의 품격'이 뻔한 로맨틱 코미디의 한계를 벗어내며 내공을 드러냈다. 김은숙 작가의 감각은 여전했다. 흔하디 흔한 짝사랑이란 소재마저 유쾌, 상쾌, 통쾌하게 그리고 있다. 진부한 짝사랑 공식을 넘어서며 흥미를 모으고 있다.

 

물론 초반 진부한 설정은 있었다. 그러나 4회까지 진행된 지금, 이 역시 반전을 위한 계산된 장치였다. 남녀 주인공의 우연한 만남은 향후 주도권을 그리기 위한 설정이었다. 여기에 대사는 직설적으로, 장면은 로맨틱하게 그리면서, 색다른 재미를 안기고 있다.

 

뻔한 짝사랑을 품는 '신사의 품격'의 내공을 살펴봤다.

 

 

◆ "불혹의 짝사랑, 수상하다"

 

드라마 속 짝사랑은 뻔하다. 상대가 알아챌까 숨기고, 감추고, 아파한다. 하지만 '신품' 속 짝사랑은 다르다. 주인공은 상대를 봐도 절대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신파극도 없다. 오히려 짝사랑하는 사람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당당히 마음을 표현하고, 밀당도 주도한다.

 

'신품' 3회분에서 김도진(장동건 분)은 맞선을 보는 서이수(김하늘 분)를 찾아가 짝사랑을 시작하겠다고 선전포고한다. 여기에 거절은 사양하겠다는 한 마디를 덧붙인다. 일방적인 통보인 셈. 당당한 사랑고백, 흔한 로맨틱 코미디 속 수줍은 고백과는 달랐다.

 

사랑법도 '쿨'하다. 짝사랑 고백 후, 김도진은 다른 여성과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을 서이수에게 들킨다. 이 때 반응도 예상 밖이다. 당황하지 않는다. 적반하장. 오히려 더 당당하다. 나이가 있는 만큼 자신에 관심없는 상대에 매달릴 수 없다는 게 김도진의 변이다.

 

때론 짝사랑을 역이용하기도 했다. 김도진은 서이수가 자신의 친구 김태산(김수로 분)을 좋아한다는 걸 약점으로 삼았다. 이를 빌미로 만남을 가지기도 하고, 태산이 보는 앞에서 서이수의 거짓 사랑 고백도 받아냈다. 사랑하는 사람이 '을'의 입장이라는 공식을 깨부셨다.

 

 

◆ "이정도면, 짝사랑 선물세트"

 

'신품'에는 각기 다른 맛의 사랑이 있다. 김도진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커플의 각기 다른 사랑을 전달하고 있다. 김도진의 뻔뻔한 짝사랑이 있는가하면, 서이수의 답답한 짝사랑이 있다. 일편단심 민들레형이 있는 반면, 속고 속이는 서스펜스(?)형도 있다.


우선 임메아리(윤진이 분)의 사랑은 당차다. 오빠 친구인 최윤(김민종 분)만 바라보는 해바라기형. 오빠를 위해 살을 빼고, 오빠를 만나려 '꺼리'를 만든다. 윤이 4년전 부인과 사별한 것도 상관없다. 거리를 두려고 할수록 더욱 가까이 가려고 한다.

 

속고 속이는 사랑도 있다. 홍세나(윤세아 분)와 이정록(이종혁 분)의 사랑이 그렇다. 두 사람은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하다. 이들의 본능적인 사랑은 갈등의 에피소드를 양산하는 일등공신이다. 반대로 이수의 사랑, 메아리와의 갈등에 개연성을 주기도 한다.

 

꼬인 사랑도 등장한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 전형적인 로코의 공식이다. 도진이 이수를 좋아하고, 이수가 태산을 짝사랑하고, 태산은 도진의 친구고, 이수는 세나의 룸메이트다. 이들 사이에 얽힌 4각 관계는 뻔하디 뻔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이를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 "진부한 설정, 관계로 역전"

 

'신품' 1회에서는 진부한 설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남녀 주인공이 비를 피하다가 첫 만남을 가진 장면. 여자 주인공의 옷에서 실이 풀리면서 남자 주인공과 엮이는 등 전형적인 설정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역시 반전을 위한 작가의 의도였다.

 

예를 들어 이수의 옷에 올이 풀린 장면. 도진은 이수와 야구장에서 다시 대면한 순간, 당시 상황을 이용 주도권을 바꿨다. 자신의 관심 표현이 무시당하자 "엉덩이가 예쁘네요"라는 대사를 날렸다. 이수는 당황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창피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는 진부한 설정도 관계가 바뀌면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는 증거다. 김은숙 작가는 여기에 4인 4색으로 얽힌 개성만점 러브라인도 이야기에 탄력을 보태고 있다. 임태산과 홍세라, 이정록과 박민숙의 사랑은 개별적이면서 유기적이다.

 

'신사의 품격'은 4회까지 탐색전을 끝냈다. 5회부터는 본격적인 갈등이 전개될 예정이다. 이미 홍세라(윤세아 분)는 친구 서이수의 짝사랑을 눈치챘다. 게다가 김 작가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얼개가 더욱 탄탄해진다. 전작을 뛰어넘는 로코의 탄생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출처=SBS '신사의품격' 방송 캡처>

 


<글=김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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