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spatch=이명구기자] "덴마크 왕세자가 떴다고?"
지난 13일 일요일 한통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오후 대전 출장이 예정돼 있어 여유로운 일요일은 아니었지만. 제보가 없었다면 오전 11시부터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디스패치 뉴스팀 기자 7명은 이른바 '칸원정대'를 자처하며 프랑스 칸 영화제 취재를 위해 유럽으로 떠난 상태. 트위터 투어일지를 보면 독일 드레스덴을 거쳐 체코 프라하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톱스타나 유명인사도 오나?" 핵심 질문을 던졌건만 답이 없다.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있는 기자를 수배했다. 역시 상황이 쉽지 않다.
제보를 받고도 일을 피할 순 없다. 어떤 사진을 건질지는 현장에 나가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니까. 일단 무슨 행사인지도 모르고 현장으로 갔다.

꼬르소꼬모. 청담동 79번지. 앞에 도착하니 왕세자 행렬 답다. 고급 검은세단들이 줄지어 서있다. 덴마크 왕세자 부부가 여기를 왜 온 것일까?
이제야 글을 쓰며 찾아보니 프레데릭 크리스티안 덴마크 왕세자 내외는 덴마크 주얼리 브랜드 '조지 젠슨'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한 것이라고 한다. 왕세자 부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할 포인트를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늘어서 있는 것은 검은 세단뿐이 아니었다. 곳곳에 포진한 경호원들 눈길이 온몸에 팍팍 꼽히는 느낌.
사진기자는 오지 않고 시간은 초초하게 흘러만 간다. 이거 스타가 없어도 덴마크 왕세자 부부를 꼭 찍어야 할까? 찍어서 뭐하지? 오만 잡생각을 다하고 있었다.

문 앞에 떡 버티고 있는 1호차. 덴마크 국기까지 달고 있으니 저 차에 탈 주인공이 왕세자 부부라는 사실을 모르면 바보일 것이다.
사람들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허공으로 들려오는 무전 소리를 들으니 곧 VIP가 나올 모양이었다. 할 수 없었다. 폰카를 꺼내 들었다. 갤럭시 노트. 해상도는 나쁘지 않다. 다만 연속촬영은 불가능할듯 싶었다.

영화의 한장면처럼 경호원들이 움직인다.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한국 경호원이 경호라인 밖으로 나오라고 말한다. 깨끗이 물러났다. 그게 서로 예의니까.
어디서 나왔냐고 물으며 명함을 달라고 한다. 명함을 건넸고 연예매체라고 했더니 경호원 얼굴이 알듯 모를듯한 표정이다. 하기야 연예매체가 왜 덴마크 왕세자 부부를. 그것도 폰카로 찍고 있었을까. 묻지도 않았는데 '사진기자가 아직 오질 않아서...'라고 답해줬다.

떴다! VIP! 계속 찍어대며 한컷이라도 건지길 기대할 수밖에. 아... 우리 덴마크 왕세자 님. 옆얼굴 건진게 최상의 컷이다. 사실 제보만 일찍 받았어도 이런 짓을 안해도 될 일이었다. 왜냐면 브런치 파티에 초대 받아 당당히 안에서 찍을 수도 있었다.
문제는 시간이 늦었다는 것. 현장에 도착하기 이전에 보안상 이미 입장이 종료된 상황이었다. 쉽게 갈 길 어렵게 돌아간 셈이었다.

또하나 건진 컷. 이번엔 옆도 아니고 완전 뒷모습이다. 게다가 저 인의 장막들. 완벽한 경호시스템이라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포털에서 검색해 보니 '월간 행복이 가득한 집' 구선숙 편집장 트위터(@koosunsook)에는 코앞에서 찍은 왕세자비 사진이 올라와 있다.

만약, 이 사진이 아니었다면 검은색 상의에 붉은 색 스커트를 입은 저 검은 머리 여성을 왕세자비로 착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위에서 6번째와 7번째 사진을 보라. 왕세자 왼쪽으로 긴 머리를 늘어뜨린 뒷모습에 밝은 색 상의를 입은 분이 바로 덴마크 왕세자비다. 결국 왕세자비는 왕세자 반대편 차문을 열고 타는 바람에 옆모습도 못찍은 셈이다.

덴마크 왕세자 부부 탑승이 완료됐다. 상황은 종료됐다. 사진기자는 미처 도착하지 못했다. 스타는 누가 왔는지 확인 불가.

차문도 닫혔는데 왜 더 찍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직업의식? 아니면 아쉬움? 기사로 쓸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면서.
하여튼 그렇게 일요일 해프닝이 끝났다. 덴마크 왕세자 부부는 2012 여수 세계박람회부터 전경련 오찬 등등 행사스케줄이 꽤 빡빡해 보인다.

왕세자 부부를 태운 세단이 떠났다. 잔치 끝이다. 한발 아깝게 사진기자 후배가 도착한다. 이어 스포츠팀 강명호기자도 도착한다.
"여기서 뭐해?"
"덴마크 왕세자 직찍이요."
"찍었어?"
"폰카로요..."
"잘 나왔어?"
"... ..."
"대전이나 가자고!!!"
그날 밤, 한화 대 롯데전에서 시구를 한 KBS 정지원 아나운서 인터뷰를 했다. 덴마크 왕세자도 엄밀히 말하면 연예파트가 아니다. 야구장도 연예팀이 갈 곳은 아니다. 하지만 아나운서는 연예니까. 하루 종일 엉뚱한 일만 한 것은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