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D] "탈퇴를 원하는 걸까?"…'크리스' 소송, 궁금한 23가지

기사입력 : 2014-05-16 15:26

 

[Dispatch=김수지·김미겸기자] 2009년 12월.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이 탈퇴를 선언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 전속 기간과 수익 분배 등을 문제로 삼았다.

 

2014년 5월, '엑소' 크리스가 한경의 전철을 밟고 있다. 지난 15일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냈다. 부당한 조건으로 계약이 이행됐다는 주장이다. 현재 크리스는 엑소를 잠정 이탈했고, 남은 11명의 멤버들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이라는 소송의 종류다. 한경과 크리스, 크리스와 한경은 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통해 SM을 벗어나려 할까. 그도 그럴 것이 통상 계약을 없애려면 '전속계약무효소송'을 건다.

 

'디스패치'는 이번 소송과 관련한 궁금증을 'Q&D'(Question&Dispatch)로 풀었다. 연예인 소송 전문 변호사에게 소송의 의미, 방향 등을 물었다. 가요 관계자와도 수차례 인터뷰를 했다. 크리스 및 SM의 계획 등을 예측했다.

 

▷ 법률자문은 선종문 변호사(법무법인 썬앤파트너스), 이재만 변호사 (법무법인 청파), 김경환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김병준 변호사 (법무법인 서울제일)에게 구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했다. 3대 기획사 관계자 및 중소 아이돌 기획사와 통화했다. 

 

 

◆ 크리스는 왜 '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한 걸까. 일부 팬들은 '그룹탈퇴'가 아닌 '계약수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만약 엑소를 떠날 생각이면 '계약해지소송'을 걸었다는 주장. 과연 그럴까. 일례로 한경의 경우도 '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통해 '슈주'를 떠났다.

 

Q. 크리스가 제기한 '계약효력부존재확인소송'이 무엇인가?

 

D. '내가 계약을 맺은 사실은 인정하겠다. 하지만 그 효력이 유효한지를 확인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이다. 즉, 애초의 계약은 인정하되 일정 시점 이후의 계약은 무효화해달라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과도한 스케줄, 수익금 미분배 등을 이유로 소를 제기한다. (김경환 변호사)

 

Q. 팬들은 '계약무효소송'이 아니라며 희망을 걸고 있다.

 

D. 두 소송 모두 계약을 무효화하겠다는 취지는 같다. 계약서 상의 위법성을 따지는 목적도 같다. 하지만 계약의 무효화 시점이 다르다. '계약효력부존재확인소송'은 원고가 일정 시점을 지정해 그 이후의 계약을 무효화 해달라는 것이다. (김경환 변호사)

 

Q. 일정 시점을 지정한다?

 

D. 예를 들어 원고가 2014년 3월 4일을 지정했다고 하자. 쉽게 설명해, '그 이전의 계약은 인정하겠다. 다만 4일 이후 계약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 유효한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크리스가 어느 시점 이후를 문제 삼는지는 알 수 없다. (김경환 변호사)

 

Q. 계약해지가 목적이라면 '계약무효소송'이 더 효과적이지 않은가.

 

D. '계약무효소송'은 애초의 계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즉, 계약 자체의 위법성을 찾아야하는데, 입증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무효소송'을 통해 고소인이 승소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고소인의 경솔, 궁박,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민법 104조), 당사자가 아닌 타인과 대리계약(민법 107조), 상대방과 짜고서 한 허위계약(민법 108조) 등 피고소인의 명백한 위법행위를 입증해야만 승소할 수 있다. (선종문 변호사)

 

Q. 그렇다면 '계약효력부존재소송'은 무엇이 유리한가?

 

D. 만약 'SM'이 크리스와 표준계약서를 바탕으로 계약을 맺었고, 한데 이를 일부라도 위반했다면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크리스의 주장대로 무리한 스케줄을 강요했다면 위법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단, 재판부에 이를 입증해야 한다. (선종문 변호사)

 

 

Q. 이번 소송은 과거 한경의 사례와 닮은꼴이다.

 

D. 한경은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지나치게 긴 계약 기간을 이유로 한경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한경의 계약기간은 13년(2005~2018년)이었다. '대중문화예술인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배우의 경우 7년을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한다. 가수는 '7년+@'도 가능하다. 단, 7년 이후에는 가수가 언제든지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Q. 크리스도 같은 결과를 예상할 수 있나?

 

D. 꼭 그렇지 않다. 크리스의 경우는 한경과 다르다. 한경이 계약을 체결한 지난 2003년에는 '표준계약서'가 없었다. 때문에 계약기간 등 불공정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는 다르다. SM은 지난 2010년 12월부터 일괄적으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 크리스 역시 '표준계약서'대로 계약을 맺었을 것이다. 내용상으로 위법 확률이 낮다. (선종문 변호사)

 

Q. 크리스 측의 주장대로 SM이 과도한 일정 등을 요구했다면?

 

D. 이건 상당히 조심스럽다. 크리스와 SM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회사도 100% 계약서를 준수하지 못한다. 즉, 위반 사항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에 크리스가 어떤 한 부분의 문제를 집요하게 따진다면 이길 가능성도 있다. (선종문 변호사)

 

Q. 만약 크리스의 입장이 받아 들여진다면, 돈 문제는 어떻게 되나?

 

D. 전속계약효력부존재 소송은 소를 제기하기 전까지의 계약 기간은 인정받는다. 때문에 크리스가 SM에서 활동하며 얻은 수익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 만약 '무효소송'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계약 자체가 무효이기에 크리스와 SM이 다시 정산을 해야할 수도 있다. (김경환 변호사)

 

Q. 반대로 크리스가 패소할 경우, SM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나?

 

D. 당연하다. 만약 SM에 위약 사항이 없다면 크리스와의 계약은 그대로 효력을 유지한다. 이 경우 SM은 크리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단 이탈 등 단독 행동으로 인한 금전적·정신적 피해에 대해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통상 노동력의 댓가를 인정해 재소송을 하진 않는다. (이재만·선종문 변호사)

 

Q. 크리스가 단순히 계약 수정을 위해 소를 진행한 건 아닐까.

 

D. 희박하다. 계약을 수정하고 싶다면 소속사와 타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소를 제기, 법원의 판결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만약 계약 내용 수정을 원한다해도 타협에 실패했으니 소송까지 간 것이 아니겠나. (김경환·이재만·선종문 변호사)

 

Q. 향후 절차 및 소송 기간은 어떻게 되나?

 

D. 법원의 판결까지는 원칙적으로 6개월이 걸린다. 단, 재판 도중 조정에 들어간다면 판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만약 크리스가 승소한다면 이후 전속 계약은 해지된다. 즉시 독자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반대로 법원이 SM 손을 들어준다면, 계약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재만변호사)

 

◆ 한경과 크리스. 벌써 2번째 중국인 멤버의 소송이다. 크리스는 부당한 대우, 스케줄 강행, 정산 문제 등을 내세웠다. 혹시 또 다른 중국인 멤버의 연쇄 탈퇴로 이어지진 않을까. 가요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대부분 익명을 요구했다.

 

Q. 크리스가 SM에 내세운 불만사항은 무엇인가?

 

D. 크리스는 소송을 진행하며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는 부당한 대우다. 자신을 연예인이 아닌 부속품 즉, 통제 대상으로 여겼다는 것. 두 번째는 스케줄 조정 문제다. SM이 사전동의 없이 스케줄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은 수입 배분. 계산표만 제시하고, 구체적 정산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Q. SM은 크리스를 통제 대상으로 여겼을까?

 

D. 신인 아이돌의 경우 통제는 불가피한 일이다. 어떤 기획사도 마찬가지다. 아이돌 대부분이 10대 후반~20대 초반이다. 자기 관리에 서툰 나이다. 스타는 이미지로 먹고 산다. 어느 정도의 제약은 당연하다. 최근에는 세월호 사고 이후 통제가 더 엄격해졌다. 통제에 불만을 갖는다면, 어쩔 수 없다. 결국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돌의 마음가짐이다. (빅3 기획사 관계자)

 

Q. 크리스는 중국인이다. 한국인 멤버와 문화적 차이도 있지 않을까.

 

D. 크리스는 '엑소M'이다. 6명의 멤버 중 중국인이 4명이다. 오히려 M에서는 한국 멤버가 더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주요 활동 무대도 대부분 중국이다. 문화적 차이는 오히려 한국 멤버가 느낄 가능성이 크다. 다른 중국 멤버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그런 문제는 거의 없을 것이라 본다. (중소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

 

 

 

Q. 본인의 의사나 건강에 반한 스케줄 강행은 어떤가?

 

D. 보통 가수들의 스케줄은 1~2개월 전에 미리 정해진다. 신인의 경우 회사가 먼저 스케줄을 픽스할 때가 많다. 물론 어떤 성격의 무대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는 한다. 단,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미리 예측하기 힘들다. 1개월 뒤의 컨디션을 알 수 없지 않은가. 당일 상태에 따라 활동 유무를 결정한다. 만약 독감이 걸린 상태에서 스케줄을 요구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부분은 양쪽의 입장을 다 들어봐야 한다. (빅3 기획사 관계자)

 

Q. 크리스는 모든 스케줄을 SM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하는데?

 

D. 신인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엑소는 2년차 그룹이다. 이제 겨우 신인 딱지를 벗었다. 사실 신인은 스케줄의 중요성을 판단할 능력이 부족하다. 누군가 결정하고 이끌어야 한다. 반대의 경우라면, 회사가 방치했다고 소송을 걸지도 모른다. 신인이 감수해야할 부분이다. 다만 어느정도 년차가 쌓이면 대부분의 스케줄을 함께 의논한다. (대형 기획사 관계자)

 

Q. 정산 문제도 제기했다.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D. SM은 1년에 2번 정산을 한다. 경영지원팀에서 해당 가수를 상대로 브리핑을 한다. 일부 가수는 부모를 대동해 정산 내역을 확인하기도 한다. 정산에 있어서는 오히려 중소 기획사가 주먹구구식이다. 구두로 설명하는 정도다. 3대 기획사의 경우 상장사이기에 정산을 속일 수 없다. (前 SM 출신 매니저)

 

Q. 크리스는 수익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D. 국내 기획사는 육성 시스템을 갖고 있다. 연습생을 발탁해 가수로 키운다. 이 과정에서 수 억원의 투자비용이 든다. 리스크는 기획사가 감당한다. 엑소의 경우 수년간의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러나 데뷔 당시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수익이 난 게 '으르렁' 이후다. 크리스가 생각한 기대 수익과 실제 수익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가요계 관계자)

 


Q. 실제로 중국 브로커가 존재하는가?

 

D. 중국에서 관심받는 아이돌은 '엑소', '동방신기', '빅뱅', '슈퍼주니어', '2PM' 등이 전부다. 특히 중국은 거대 자금을 앞세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가수 입장에서도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한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슈퍼주니어가 최고점을 찍을 때 갑작스럽게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 (중소 기획사 관계자)

 

Q. 다른 중국인 멤버도 있다. 연쇄 탈퇴 가능성은?

 

D. 가능성을 낮게 본다. 우선 다른 멤버들이 함께 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공동 대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인 멤버 타오는 "우리가 모르는 상황에서 결국 회사와 팀을 속이고 돌아오지 않았다"는 글도 적었다. 연쇄 탈퇴의 가능성은 희박할 것 같다. (가요계 관계자)

 

Q. 크리스가 빠진 '엑소M', 활동의 문제는 없을까?

 

D. 당장 '엑소' 콘서트와 '엑소M' 스케줄을 크리스가 빠진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엑소'의 위치가 흔들리진 않을 것 같다. '엑소M'의 경우 루한과 시우민의 인기가 상당하다. 크리스의 공백이 단기적인 악재지만 장기적인 걸림돌은 아닐 것이다. (빅3 기획사 관계자)

 

Q. 크리스의 소송건은 어떻게 마무리 될까?

 

D. SM은 크리스의 소송 직후 "엑소 활동이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크리스가 법적 싸움을 시작한 이상, 원만한 합의는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한경의 경우처럼 조정으로 마무리될 것 같다. 크리스는 중국에서 독자의 길을 모색할 것이다. SM은 크리스 공백을 메울 '플랜B'를 준비하지 않을까. (가요계 관계자) 


<글=김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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