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외도를 합니다.

딸의 (미술) 선생님과 불륜을 저지릅니다.

극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흥분하지 않습니다. 품위를 잃지 있습니다.

[Dispatch=김지호기자] 배우 김희선의 품위가 안방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비정상 속에서 혼자만 냉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답답한 적도 있었습니다. '참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그녀 홀로 실천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사실 우아진이 이해되지 않았죠. 머리채를 잡고 싸워도 분이 풀리지 않을 상황인데…." (김희선)

'파스타' 난투극처럼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우아진이 옳았습니다. 주위 모든 '막장'에도 불구, 스스로 중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했습니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요.

"소리를 지르고, 오열을 하는 것…. 오히려 편해요. (있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터트리면 되니까요.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그게 더 시원하죠." (김희선)

사실 배우 입장에선, 폭발하고 싶습니다. 내지르는 게, 시각적이니까요. 강렬합니다. 반대로 절제 연기는 힘만 듭니다. 시청자도 크게 호응하지 않고요.

김희선은 "나는 우아진과 다르다.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면서 "참는 게 답답했다.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연기가) 쉽진 않았다"고 토로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깨달았습니다.

"목소리가 크다고 해결되진 않습니다. 때로는 무반응이 더 무섭기도 하죠. 개인의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 우아진을 통해 배웠습니다." (김희선)

이를 테면, 불륜녀와의 삼자대면.

사실 우아진은 (상당히) 분노했습니다. 그래도 흥분하지 않습니다. 내연녀 윤성희(이태임 분)와 남편 안재석(정상훈 분)에게 조근조근 말합니다.

핸드백에서 고급 만년필을 꺼내 비유합니다. 우아진이 대학 졸업 선물로 받은 물건입니다.

"저 남자가 딱 이 만년필이에요. 쓰다만 중고지만 버리긴 아깝죠. 특히 누가 뺏어가면, 그건 내가 못 참지." (우아진) 

"남의 것 뺏지 말고,  네 거 니가 사" (아진)

"내 말, 알아는 들어?" (우아진)

물론, '품위'와 '자존심'은 다릅니다. 김희선은, 내연녀 앞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습니다. 아마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정이겠죠.

"(딸에서) 아빠를 뺏지 말아요." (아진)

"이 때, 비로소 품위를 알게 됐습니다. (개인) 감정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것. 그녀는 엄마, 아내, 며느리의 입장을 고려합니다. 현명한 여자죠. 품위는 곧, 성숙이었습니다." (김희선)

그녀의 복수는 섹시합니다. 그만의 방식으로 이혼소송에 돌입합니다. 내연녀를 '멕'이는 방법도 쿨합니다. 갤러리 대표(전수경 분)에게 그림값 지급을 미뤄달라 부탁하죠.

"남편 대신 그림으로 찾아가려고요." (아진)

"문제 해결 방법, 너무 섹시해" (갤러리)

우아진의 품위는 돈이 아닙니다. 명예도, 지위도, 아닙니다. 

"내가 대신 사과할게. 이혼은 절대 안된다. 재석이 지분 너 다 줄게. 그래도 싫니?" (시아버지)

그녀의 품위는, 스스로의 가치입니다. 한 마디로, 자존감.

"너무 매력적이네요. 하지만 거절할게요. 전, 제 가치를 지키고 싶습니다. 그 남자랑 살기엔, 제가 너무 아까워요." (아진) 

김윤철 PD는 "우리 사회에서 품격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품위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품격. 바로, 주인공 우아진이 보여주는 우아함입니다.

'품위녀'에서 벌어지는 모든 설정은, 막장입니다. 그러나 시청자는 욕하면서 보지 않습니다. 우아진은 품위있고, 김희선은 우아하니까. 스스로를 빛내지 않아, 더욱 빛이 납니다.

<사진출처=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