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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터뷰] “진짜 외계인은, 작가다”…’써클’, 탄생의 비밀 10

기사입력/수정 : 2017-07-12 04:57 오후
[Dispatch=김지호기자] 이 드라마, 혹시 ‘미드’일까?

어린시절 우연히 외계인을 만난 쌍둥이 형제. 외계인은 인간에겐 없는 기술을 선물했다. 인간의 기억을 영상화할 수 있는 장치다. 

과학자들이 이 기술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외계인은 (기억영상) 기술이 인간에게 독이 될거라 판단, 해당 기술을 봉인했다. 스스로 기억을 지워버린 것.

아버지는 과학자들의 연구에 반대하다 살해당했다. 형제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아버지가 외계인과 함께 사라졌다고만 생각했다.

형은 계속해서 외계인(그리고 아버지)을 찾아 헤맸고, 동생은 어린 시절 기억을 애써 잊어버렸다. 모든 것을 잊고 자기 삶을 살고자 했다.

2017년, 형제가 성인이 됐다. 과학자들은 형을 납치하고, 몸에 실험용 로봇을 주입했다. 동생은 형의 로봇 제거 수술을 위해 과학자들을 속이다 죽음을 맞았다.

2037년, 신세계가 탄생했다.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기술을 이용,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컨트롤한다. 형과 외계인은 동생의 죽음을 까맣게 몰랐다. 계속해서 동생을 찾아다닌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세 사람이 만났다. 동생은 기억을 주입당한 복제인간 3호로, 형은 기억을 잃은 인간으로, 외계인은 겉모습은 인간이지만 사실 인간이 아닌 존재로.

미드에서나 볼 법한 이 이야기는…, 최근 종영한 국내 드라마다. 한 번 보면 ‘폐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그 드라마, tvN ‘써클 : 이어진 두 세계’이다.

‘디스패치’가 ‘써클’의 진짜 주인공을 만났다. 드라마를 탄생시킨 4명의 작가 군단이다. 드라마 기획부터 집필까지, ‘써클’에 대한 9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 ‘써클’, 신선했던 3가지 

① 우선 ‘써클’은 참신하다. 국내에서 보기드문 SF물이다. 여기에 추적극을 녹였다. 곳곳에 떡밥을 깔았다. 시청자를 낚는 솜씨도 수준급이다. 한 마디로, 이 드라마를 만든 작가들이 외.계.인. 수준.

☞ 김진희 작가(36) :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보조작가로 일했다. ‘선덕여왕’, ‘뿌리깊은나무’ 등을 함께 했다. 지난 2012년 ‘청담동앨리스’ 공동집필로 미니시리즈를 시작했다. 2번째 작품이 ‘써클’이다.

☞ 박은미 작가(33) :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보조작가였다.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를 도왔다. 2013년 MBC 단막극 ‘하늘재 살인사건’을 집필했다. 미니시리즈 입봉작이 바로 ‘써클’이다.

☞ 류문상 작가(34) : ‘써클’ 작가진 중 유일한 청일점. 역시 김·박 작가의 보조작가였다. ‘뿌리깊은나무’, ‘육룡이나르샤’ 대본에 참여했다. 2010년 단막극 ‘상놈탈출기’, ‘기타와 핫팬츠’를 집필했다. 류 작가도 ‘써클’이 입봉작이다.

☞ 유혜미 작가(36) : 지난 해까지 tvN 예능작가로 일했다. ‘코미디빅리그’ 팀에서 장기간 활약했다. 드라마를 시작한 건, ‘써클’이 처음이다.

② 조합이 신선하다. 4명이 팀을 이루는 건, 흔치 않다. 그것도 신인들이 의기투합했다. 게다가 예능작가 출신까지 합류, 시리어스한 SF물을 창작해냈다. 이런 패기, 어떻게 탄생한 걸까?

“처음에는 김영현·박상연 작가님과 tvN 예능국이 함께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30분짜리 초단만극 20개를 준비하기로 했죠. 1인당 5편씩, 1주일에 1~2개를 방송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저희 셋과 tvN에서 추천받은 유혜미 작가님이 모였습니다.” (김진희)

③ 그렇게 네 사람이 작업을 시작했다. 의견 충돌은 없었을까. 작가들은 입을 모아 “혼자가 아니어서, 넷이어서 더 좋았다”고 말했다. 탄탄한 대본은, 서로의 시너지 덕분이었다고. 

“김영현·박상연 선생님도 회의 시스템으로 대본을 작업해요. 저흰 그걸 보고 자랐고요. 그래서 협업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항상 4명에서 라인을 잡고, 디테일을 회의하고, 파일로 쓰고, 리딩을 함께했습니다. 아주 치열하게요.” (작가들)

◆ ‘써클’, 숨겨진 3가지

① 본격적인 ‘써클’ 이야기. 먼저 ‘투트랙’ 구성이다. 앞의 30분은 2017년을, 뒤의 30분은 2037년을 다뤘다. 이 두 트랙은 제목처럼 하나로 합쳐진다. 2017년의 동생 김우진(여진구 분)이 20년 후 형 김준혁(김강우 분)을 만나는 이야기다.

“혹시 ‘테마게임’ 아시나요? 처음 30분과 후반 30분이 다른 에피소드로 구성되죠. 앞 주인공이 김국진 씨라면, 뒤의 주인공은 홍기훈 씨죠. 그런데 김국진 씨가 후반 에피소드에 카메오로 나오잖아요? 저희도 그런 느낌을 원했습니다.” (류문상)

“고민하다가 ‘그럼 아예 미래와 과거를 연결해버릴까?’,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보여주면서 이어줄까?’, ‘긴밀히 밝혀져 가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할까?’ 등등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겁니다. 이게 바로 초반 기획이었습니다.” (류문상)

② SF 설정이 중심이다. 1회부터 미지의 존재인 외계인 한정연(공승연 분)이 나온다. 인체 삽입 로봇도, 복제인간 김우진도 등장한다.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스토리다. 이런 모험을 강행한 이유?

“저희 모두 미드 ‘기묘한 이야기’에 꽂혀 있었어요. 미스터리한 존재가 평범한 일상에 끼어드는 것. 너무 해보고 싶었죠. 비현실을 현실로 활용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류문상 작가가 먼저 외계인 이야기를 꺼냈고, 만장일치 찬성했어요.” (김진희)

“처음에는 고등학생 3명의 이야기를 떠올렸죠. 똘끼 있는 시골 학생들이 미스터리 현상을 추적하는 내용이요. 여기에 외계인이 끼어들면 어떨까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러다가 또…. 유 작가님?” (박은미)

“음, 최종회 <1986년 선녀동에 의문의 빛이 발생했다> 기억나세요? 이 역시 초기 기획 중 하나입니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인데요. 알고보니 이 선녀가 외계인이었다 상상? 다양한 상상을 수정하고 회의하며 현재의 이야기가 완성됐습니다.” (유혜미)

③ 다시 투트랙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탄생한 구성이 바로 2017년을 다루는 <파트1. 베타 프로젝트>와 2037년을 다루는 <파트2. 멋진 신세계>다. 2017년과 2037년. 왜 하필이면 20년의 갭인가.

“20년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아요. 인간의 힘만으로 과학이 극적으로 발전했다? 다소 부담스러운 설정이라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외계인을 등장시켜 (불가능한) 발전을 설명한다면, 20년이란 시간이 무리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류문상)

파트1이 시즌1이라면, 파트2는 시즌8 정도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그 사이에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잖아요? 이 전략을 생각했죠. 파트2에서 주인공(김강우)의 정체가 동생일지 형일지 숨기는 전략으로 판을 짰습니다.” (김진희)

◆ ‘써클’, 말하고 싶었던 3가지

① ‘써클’의 첫 번째 키워드는, 사랑이다. 형 범균과 동생 우진이 서로를 찾아가는 과정은 형제애를 말한다.  외계인이지만 인간으로 살아가는 정연에게는 인류애와 동지애를 담았다. 그 대표적인 회차가 바로 4회와 11회다.

☞ <4회> 준혁(=범균)의 시점에서 보는 과거다. 동생 우진은 외계인만 찾는 형에게 “나 그동안 힘들었어. 나 형이 필요해.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고, 그만 내 옆에 있어달라”고 울먹인다. 당시 범균은 동생을 외면했다. 그리고 20년 후, 준혁은 그런 동생을 떠올리며 울었다.

“11회와 4회 엔딩은 가슴에 담고 좋아해요. 특히 4회는, 준혁의 죄책감이 폭발하는 신인데요. ‘멈췄더라면, 널 잃지 않았을텐데’ 하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대본을 쓸 때 저희도 울컥했고, 연기를 보고 눈물을 터뜨렸죠. 김영현·박상연 선생님도 ‘빨리 김강우 씨에게 너무 좋다고 문자를 보내라’며 기뻐하셨죠.” (박은미)

☞ <11회> 동생 우진은 수술을 앞둔 형을 보며 “형, 나 무서워”라고 말한다. 과학자들과 목숨을 걸고 거래를 하러 가는 시점이다. 이어 “날 기억해달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러나, 김준혁(범균)은 동생의 기억을 20년 후에 떠올린다.

“감정적으로 갈 것이냐, 논리적으로 갈 것이냐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단순하지만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대사를 생각했어요. 사실, 2017년의 우진이는 고작 21살이잖아요. 어리광…, 형에게 단 한 번 속마음을 털어놓는 방식으로 어리광을 택했습니다.” (유혜미)

② ‘써클’의 2번째 키워드는 기억이다. 2037년, 외계인이 가져온 기억영상장치가 매개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세상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기억을 마음대로 잊는다. 사건은 있는데, 가해자와 피해자는 사라지는 셈이다.

“인간은 과학이 발전했는데도 왜 아직 불행할까요. 혹시 ‘기억’ 때문 아닐까요. 희노애락은, 모두 기억때문에 일어나는 감정이니까요. 여기서 감정 조절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외계인이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류문상)

“상처 치유의 고상한 방법이 망각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불행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망각일까요? 외계인이 그걸 가져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걸 가지고 많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써클’은 그런 주제를 담은 드라마입니다.” (김진희)

③ 진짜 ‘써클’이 말하고 싶었던 것, <인류에게 있어 기억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다. 작가들이 내린 결론은 <7회> 이호수(이기광 분)의 대사에 있다. 호수는 여친이 자살하자 스스로 기억을 지운다. 그러다 다시 기억을 찾고, 외친다. 

“기억은 책임이고, 기억은 정의다. 그래야 분노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다. 아무리 괴롭고 잔인한 기억이더라도, 그게 바로 자신이다. 받아들이고, 책임져야 한다.” (호수)

“꼭 넣고 싶었던 메시지였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잊어버리고 산다? (그는) 편하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잘못에 대한) 결과는 남잖아요. 잊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죠. 책임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는 더 무서워 질거에요. 지금 많은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죠.” (작가들)

P.S. 마지막 궁금증, 엔딩이다. 2037년, 정연과 우진은 한가롭게 거리를 걷는다. 이 때 <김포 일대에 나타난 빛덩이, 1986년 선녀동에서 발생한 현상과 똑같다>는 뉴스가 나온다. 정연의 눈빛이 변한다. 묘한 기시감에 사로 잡힌다. 또 다른 외계인의 출몰한걸까. 다시 말해, 시즌2의 예고?

“네, 외계인이 또 왔습니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되, 세계관을 조금 더 확장시키고 싶었습니다. 사건을 여러가지 방향으로 열어놓는다고 할까요. 앞으로 할 이야기는 더 과거가 될 수도 있고, 비슷한 장르의 다른 스토리일 수도 있겠죠?” (작가들)

<사진=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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