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SBS-TV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선 <비밀 친구와 살인 시나리오-인천 여아 살해사건의 진실>편을 방송했습니다.

우선 해당 사건을 간단 요약합니다. 지난 3월, 인천의 한 조용한 아파트 단지. 안전하다고만 여겨지던 곳에서 8살 초등학생 이사랑(가명) 양이 사라졌습니다.

피의자는 검정색 옷을 입고, 가방을 든 여자. 그는 사랑이를 데리고 한 아파트 13층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죠.

경찰 수색 결과, 사랑이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사랑이의 몸은 훼손돼 쓰레기 봉투에 담겨 있었습니다. 아파트 옥상 물탱크 위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당일 검거된 피의자는 김 양. 같은 동네에 사는 17세 여자아이로 드러났습니다. 그는 단 2시간 만에 아이를 유괴하고, 살해했으며, 집안을 청소하고, 시신을 유기했습니다.

피의자는 진술 동기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만 말했습니다. 법정에서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했습니다. 환청이 들렸다는 겁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그날, 김양의 행적을 따라가보겠습니다. 김 양은 엄마의 옷을 입고, 캐리어를 들고 나왔습니다.

범행 전부터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하교시간', '완전범죄 살인', '혈흔 제거 방법'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했습니다.

이어 "휴대폰 배터리가 없다"며 김 양을 유괴했습니다. 아파트 13층에 내렸고, 15층인 자신의 집까지 걸어 올라갔습니다.

살인부터 사체 훼손까지 2시간만에 모든 범행을 끝냈고요. 집안도 깔끔하게 치웠습니다. 옷을 갈아입은 뒤, 5m 가량의 아파트 물탱크 위로 올라가 김 양의 사체를 버렸습니다.

정신장애 혹은 심신미약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주민들 및 동아리 친구들의 증언이 이를 입증합니다. 이들은 "김 양은 오히려 똑똑한 아이였다"고 말합니다.

부모의 가슴을 또 한번 찢어놓은 건, 오후 4시경 (범행 이후) 김양의 행적입니다. 김 양은 손에 쇼핑봉투를 들고 친구를 만났습니다.

친구의 정체는 대체 뭘까요. 사건 발생 10일 만에 검거된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생(20) 박 양입니다. 박 양은 처음에 "(김 양이) 그런 행동을 하고 왔는지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양과 저녁까지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낸 건 사실이지만,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왔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박 양의 휴대폰을 복구한 결과, 이는 거짓이었습니다. 박 양과 김 양은 범행에 대해 수많은 대화를 나눴고, 문자 메시지까지 주고받았습니다.

김 양은 쇼핑봉투에 시신의 일부를 담아 박 양에게 선물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 양은 이 안의 내용이 뭔지 몰랐고, 단지 선물인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시신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선물인 줄 알았고 내용물이 뭔지 전혀 몰랐다. 집에 가는 길에 선물을 버렸다." (박 양)

그러나 이 대답도 궁색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선물인 줄 알았다면 버릴 이유가 없죠.

사건 당일 오후 8시 30분. 형사들이 김 양을 찾을 때, 박 양과 김양은 함께 있었습니다. 둘은 범행 전날부터 사건 당일까지 2시간 10분을 통화했습니다.

김 양은 범죄를 저지른 날 오전 10시경, 엄마 옷으로 변장한 뒤 박 양에게 셀카를 보냈습니다. 문자 메시지로 "사냥하러 나간다"고 박 양에게 보냈습니다.

이어지는 대화입니다. 박 양은 이 대화를 나눈 건 인정하고 있습니다.

김 양이 범죄를 저지른 직후에는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요. 김 양은 "박 양이 '침착해라. 알아서 처리해라'라고 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시신 유기 직후인 2시 50분. 서울에서 만나자는 말을 끝으로 통화는 끝납니다.

김 양은 자신이 건넨 선물을 박 양이 카페에서 직접 확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박 양은 "대화는 모두 장난이었다"며 혐의 부인. 선물 역시 집에 가서 확인한 뒤 깜짝 놀라 버렸다고 했습니다.

이제부터 두 사람이 만난 '자캐 커뮤니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둘은 사건을 저지르기 2달 전 트위터 커뮤니티로 만났습니다.

학생들이 학생들을 데려다 잔인하게 살해하는 내용의 게임 커뮤니티였다고 합니다.

이 커뮤니티는 일명 '캐릭터 커뮤니티'라 불립니다. 박 양은 "늘 김 양과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또 그런 것인 줄 알았다"고 주장합니다.

대체 이 커뮤니티란 뭘까요.

제작진이 조사한 결과, 주로 10대 중반~20대 여성들이 캐릭터 커뮤니티를 합니다. 일명 '커뮤러'라고 불리는데요.

누군가 새로운 이야기의 배경을 설정하고, 이용자를 모집합니다. 주최자를 '총괄'이라 부릅니다. 여러 세계관이 등장하죠.

이 중 가장 인기있는 건 '시리어스' 커뮤니티입니다. 잔혹한 게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용자들은 총괄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춘 캐릭터를 취향에 맞게 그려 지원합니다. 총괄이 소수의 합격자를 발표하면, 그 후부터 자신이 가상 캐릭터가 되어 활동합니다.

이를 '자캐'라고 부릅니다. 가상 캐릭터들끼리 관계를 맺고, 애인 캐릭터 '앤캐'도 만듭니다. 또 오프라인 모임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모임이 늘 좋은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닙니다. 지나치게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에 몰입하는 거죠. 현실과 가상을 혼돈하는 사례가 생깁니다.

일부 '커뮤러'들도 이런 상황을 우려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건, '그알' 팀이 캐릭터 커뮤니티에 대한 제보를 받을 때 상황입니다. 커뮤러들의 비난 전화가 폭주했으며, 반대 해쉬태그까지 생겨났습니다.

SNS를 통해 김 양을 알게 됐다는 친구가 '그알'을 찾아왔습니다. 김양이 쓰던 계정을 직접 보여줬습니다. 이 계정의 주인은 김양입니다.

김양이 직접 그린 그림들입니다. 꽤 여러 번의 커뮤니티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제보자는 김양으로부터 '앤오' 즉 특별한 관계가 돼달라고 고백을 받고, 실제로 만났다고 합니다. 제보자는 김 양이 여자인 것을 몰랐기에, 처음 만났을 때 당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 양은 제보자에게 비정상적 집착을 보였습니다. 계속해서 전화를 했고, 안 받으면 욕설을 날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미안하다고 울며 전화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제보자는 김 양을 만나지 않게 됐습니다.

김 양의 한 실제 친구가 '그알'을 찾아왔습니다. 김 양이 최근 성인만 참여하는 고어(시리어스) 장르의 자캐 커뮤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겁니다.

그 후로 김 양의 그림은 점점 변해갔습니다.

일상 생활도 많이 달라졌죠. "트친들이랑 2차 가서 바에서 술 마셨다" 등 내용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2월부터는 박 양이 트위터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 또 하나의 제보가 도착했습니다.

한 제보자가 김 양과의 메시지 대화를 보냈는데요. 그 내용은 강력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의 전형적인 코스와 닮아 있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은요. 대부분 가정 안에 불화가 있었으며, 소통이 잘 되지 않고요. 학교에서 친구 관계도 거의 좋지 않습니다.

김 양과 똑같이 잔혹물에 빠져 있었다는 박 양. 트위터를 보면 둘의 관계가 짐작이 갑니다. '성희롱' 같은 단어들이 빈번하게 등장하죠.

사건 당일 김 양은 아침부터 끊임없이 친구를 구합니다. 하지만 만나주는 건 박 양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범죄를 저지른 김 양. 오후 9시 30분, 경찰이 자신을 찾는 걸 알면서도 김 양은 태연하게 트위터에 멘션을 올립니다.

"모야 우리 동네에서 애가 없어졌대"

김 양은 다음날 새벽 경찰에 체포될 때도 마지막 트윗을 남겼습니다. "당분간 자리 비운다"는 내용입니다.

전문가들은 SNS가 잔혹 범죄의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 분석합니다.

한편 박 양은 재판에 만반의 준비를 한 모양입니다. 첫 조사부터  변호사가 입회했습니다. 재판 역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4명을 포함해, 10대 로펌 변호사 12명이 들어갔습니다.

아무 죄도 없는 어린 생명이 처참하게 살해당했습니다. 가해자들은 아직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유가족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리도록, 합당한 처벌이 있길 바랍니다.

<사진출처=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