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누구냐, 너…희들?"

분명, 대중적이진 않다. 눈에 보이는 것만 받아 들여선 안된다. 대사 안에 복선이 깔려있다. 게다가 장르는 복합적이다. 로코를 근간으로 미스테리가 섞여있다. 과거와 현재도 오간다.

그래서일까. '시카고타자기'는 호불호가 갈린다. 1회와 2회를 보지 못했다면, 엄두가 안난다. 흐름을 쫓아갈 수 없다. 반면 정주행 시청자는 다음 회를 어떻게 기다리냐고 아우성이다.

한 번도 안볼 순 있지만, 한 번만 볼 수는 없다는 드라마. '시타'의 정체 파악에 나섰다. 전자를 위해 4회까지 요약했고, 후자를 위해선 일명 '떡밥'을 총정리했다.

D1 : 누구냐, 너희들?

딱, 3명만 놓고 보자. 한세주(유아인 분)는 슬럼프에 빠진 스타 작가다. 아이돌급 인기를 자랑한다. 단, 사람을 믿지 못한다. 배신 트라우마가 있다.

전설(임수정 분)은 촉망받는 사격선수였다. 그러나 총만 잡으면 환영이 보인다. 그래서 사격과 작별했다. 수의대를 졸업했지만 현재는 심부름 업체 운영 중이다.

유진오(고경표 분)는 베일에 가려있다. 지금까진 유령작가로 소개된다. 하지만 직업이 (유령) 작가인지, 진짜 유령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세주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등공신.

D2 : 누구냐, 과거의 너희들?

서로는 과거에도 얽혀있다. 인연은 1939년에서 시작된다. 한세주의 전생 이름은 서휘영. 그는 문인이다. 전설의 전생은 유수현. 그녀는 저격수다. 진오의 정체는 아직 비밀.

현재까지 등장한 과거 조각은 5개. 퍼즐을 맞추는 건, '시타'의 또 다른 재미다.

① 지하실 신 : 1939년. 휘영, 수현, 진오가 지하실에 모였다. 수현은 진오에게 총을 배우고 있다. 휘영은 타자기를 두드리며 소설을 쓴다.

(2017년. 전설이 세주를 살리기 위해 총을 잡을 때, 이 지하실 장면이 스친다.)

② 카르페디엠 신 : 세 사람은 '카르페디엠'(술집)에서 춤을 춘다. 신나게 술을 먹고, 남인수의 '감격시대'를 열창한다. 경성이다.

③ 키스 신 : 1939년. 휘영과 수현이 손을 잡고 뛰어간다. 일본인 둘이 그 뒤를 쫓았다. 둘은 키스로 얼굴을 얼굴을 감춘다. 위기 모면.

(2017년. 세주와 전설이 뛸 때, 기시감이 일어난다. 어디선 본 느낌? 1939년, 바로 그 장면이다.)

④ 타자기 신 : 수현이 손을 다친 휘영 대신 타자기를 두드린다. 다만, 원고는 윤전기로 들어가지 않았다.

(전설이 세주 대신 원고를 타이핑할 때, 이 타자기 신이 오버랩된다.)

D3 : 그래서 전생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아직, 전생은 암시일 뿐이다. 현재 알 수 있는 건, 휘영과 수현, 진오가 친구였다는 것. 셋의 인연, 셋의 관계, 셋의 직업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진수완 작가는 이 모든 걸 복선으로 깔았다. 과거의 퍼즐을 현재에서 맞추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다음은 진 작가의 '떡밥'에 대한 시청자의 추측이다.

① 한세주 : 그는 전생에 단순한 문인이었을까. 

복선1. 전설은 한세주를 생각하며 "세상 혼자 산다 참. 전생에 나라를 지대로 구했나봐"라고 농담한다. (2017년)

복선2. 수현은 휘영에게 의미심장한 충고를 건넨다. "펜은 칼보다 강하고, 타자기는 총보다 강하다. 좋은 글 쓰시라고요. 위대한 글." (1939년)

② 전설 : 유수연은 '어떤' 저격수였을까. 독립군, 혹은 배신자? 

복선1. 전설은 세주의 집에 타자기 배달을 갔다. 당황한 나머지, "내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게 분명한 게지"라고 자조한다. (2017년)

복선2. 전설은 사격 선수와 수의사에 도전했지만 도중에 중단했다. 그리고 독백한다. 

"난 살생을 연상시키는 일을 하면 꼭 좌절을 하네. 전생에 백정이었나? 아님 누굴 죽였나? 죽여서는 안될 소중한 누군가를 죽여서 벌을 받고 있는 걸까?" (2017년)

D4 : 혹시 전생에도 로맨스가 있을까.

복선1. 한세주가 직접 밝힌 소설 내용을 떠올려보자. 세주는 "1930년대 경성, 독립투사와 문인의 러브 스토리"라고 말했다.

복선2. 전설이 10살 무렵, 친구들에게 한 다짐이다.

"난 소설가의 아내가 될거야. 생각이라는 걸 할 때부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D5 : 이건 알아야 한다. '시카고 타자기'는 무엇인가?

시카고 타자기는 톰슨 기관 단총을 뜻한다. 1939년, 수현이 들고 있던 총이다. 총소리가 타자기를 치는 소리와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동시에, 시카고 타자기는 과거와 현재의 핵심 매개체다. 임수정은 총을 잡으면 누군가를 저격하는 전생이 떠오른다. 유아인은 타자기를 만질 때, 전생이 떠오른다.

유진오 역시 타자기를 친다. 즉, 시카고 타자기는 셋의 매개체다. 과거 갈등의 핵이다. 그리고 현재의 상징이다.

D6 : 시계는 무엇을 의미할까? 

전설의 아버지는 딸에게 고장난 금빛 시계를 남겼다. 이 시계는 일제강점기 휘영의 물건이었다. 휘영 역시 "아버지의 유품"이라 밝힌 바 있다.

전설은 세주를 구하려다 이 시계를 잃어버렸다. 세주는 우연히 시계를 주워 설에게 돌려준다. 이 때부터 시계가, 아니 두 사람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D7 : 그렇다면 유진오는? 

유진오는 존재가 미스테리다. 과연 (전생의) 유령인가. 아니면 (현실의) 유령작가일까. 또 아니면 (한세주의) 다중인격? 아직까진, 정체가 모호하다.

표면적으로는 인간이며, 대필 작가다. 그러나 살아있는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 한세주의 눈, 그리고 마방진의 눈에만 보이는 건 왜 일까.

복선1. 왕방울 선녀가 전설에게 "너 오늘 납골함 같은 거 날랐냐!?"고 묻는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설이 타자기를 세주에게 배달한 날이다.

복선2. 세주는 진오에게 "네가 저 여자(설)를 언제 어디서 봤는데?"라고 묻는다. 진오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던 날. 공항에서 첫눈에"라며 말을 흐린다.

복선3. 진오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세주, 그리고 (가끔) 귀신을 보는 여자 마방진(양진성 분)이다.

D8 : 혹시 진오는 세주의 다중인격 아닐까.

진수완 작가의 전작을 보면 가능한 이야기다. 그는 드라마 '킬미힐미'를 통해 전후무후한 캐릭터를 창조했다. 당시 지성이 소화했던 캐릭터는 7개였다.

물론 이중 자아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 드라마는 분명, 로맨스 장르다. 전생의 인연이 현생의 관계에 끼치는 영향? 이를 수수께끼 방식으로 풀고 있다.

D9 : 그래서 전생은 어떻게 현생을? 

한세주와 유진오는 과거 특별한 사이지 않았을까. 전설 역시 둘 사이에서 관계를 형성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누군가를 죽인 것으로 추측된다.

1939년은 2017년을 어떻게 간섭할까. 덧붙여, 백도하(천호진 분)와 백태민(곽시양 분)도 궁금하다. 그들은 전생에 어떤 사연으로 얽혔을까….

D10 : 그도 그럴 것이? 

한세주는 과거 백도하의 집에 머물렀다. 이 때, 자신의 글을 뺏긴 것으로 추측된다. 백태민의 이름으로 출간된 '인연'은 사실 한세주의 작품이라는 것.

복선1. 한세주는 백도하에게 "제가 원망하는 사람은 선생님"이라며 배신의 악몽을 암시했다.

복선2. 한세주는 유진오가 시카고 타자기에 쓴 소설을 불태운다. 이어 "내 글을 뺏기면 뺏겼지, 남의 글을 뺏지는 않아"라고 화낸다.

복선3. 전설은 백태민에게 "작가님의 데뷔작 '인연'을 재밌게 읽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후속작에 대해서는 평가를 꺼렸다.

D11 :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드라마의 미래는? 

요즘 드라마를 소비하는 세대는, 빨리 보고, 넘겨 보고, 잘라 본다. 안방이 아니라 지하철에서 쉽게 쉽게 소비한다. 그러고 보면,'시카고타자기'는 스마트 시대를 역행한다.

드라마에는 문학적 비유와 상직이 넘친다. 매회 세계적 작가의 명언을 적재적소에 녹였다. 스티븐 킹, 바이런, 루이 라모어, 시드니 스미스, 제임스 서머.

배우들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다. 유아인은 과거와 현재를 갖고 논다. 감정의 파고도 완벽히 표현한다. 고경표는 표정으로 말하는 배우가 됐고, 임수정은 여전히 임수정이다.

마지막으로, 진수완 작가가 그리는 경성이다. 2007년 '경성스캔들'을 기억한다면, 2017년 '시카고타자기'는 믿고 봐도 되지 않을까. 지금까진, 그 전개가 흥미롭다.

<사진출처=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