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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드다! 義드”…’김과장’, 옳은 배우의 역습 (Ft. OST)

기사입력/수정 : 2017-03-31 02:14 오후
[Dispatch=김지호기자] 누구도 성공을 예상치 못했다. 이영애도, 전지현도, 그리고 타임슬립도 없는(?) 드라마. 심지어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김과장’….

그런데 반전이었다. 남궁민이 있어 좋았고, 이준호가 있어 다행이었다. 게다가 시간 여행이 없으니 몰입도 최고. 드라마 ‘김과장'(극본 박재범, 연출 이재훈·최윤석)은 순수하게 웰메이드였다.

시청자의 반응도 뜨거웠다. 수·목요일의 주인공은 ‘김과장’이었다. 최종회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은 20%. ‘사임당, 빛의일기’에 쏟아부은 200억 원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김과장’의 역전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드라마가 걸은 길을 OST로 돌아봤다. 딘딘의 ‘머스트 비 더 머니'(Must be the money)로 보는 ‘김과장’이다.

“♪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하네. 너무 멀리 와버렸다네 ♬”

‘김과장’은 원래, 지난 해 11월 편성 예정 드라마였다. 당시 경쟁작은 SBS-TV ‘푸른바다의 전설’. 전지현과 이민호의 콜라보, 게다가 박지은 작가와 맞붙어야 하는 상황.

캐스팅은 난항을 거듭했다. 그 어떤 배우도 이민호·전지현과 싸우고 싶지 않았던 터. KBS는 ‘오마이금비’를 급히 편성했고, ‘김과장’을 2017년 1월로 미뤘다.

그야말로, 연기할 배우를 찾지 못한 상황. 편성은 멀리 가버렸다. 

 정신없이 걷다가보니 이미 끝이 보이네 ♬”

정신없이 배우를 찾아 다녔다. 그러나 만만치 않았다. SBS가 준비중인 1월 드라마는 ‘사임당’. 이영애와 송승헌이 브라운관 컴백작이다. 게다가 제작비 규모는 200억 원.

정신없이 러브콜을 보냈다. 스타급 배우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핑계로 ‘김과장’을 고사했다. KBS는 ‘이름값’ 대신 ‘연기력’ 있는 배우를 찾았다. 그러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 뭐 어때. 잃을 것도 하나 없다네. 아직 내게 남은 청춘 있다네 ♪”

그 배우가 바로, 남궁민이다. 그는 소위 말하는, 한류스타가 아니다. 뭐, 잃을 게 하나 없다. 대신, 남궁민은 실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에겐 열정이 있다. 어떤 역할이든 120% 해낸다.

여기서 잠깐, 드라마 관계자의 캐스팅 비하인드다. 이어 남궁민의 수락 반응까지 전한다.

“네, 남궁민이 캐스팅 1순위는 아니었습니다. 대본이 돌고 돌아 남궁민에게 전달됐죠.” (제작사)

“(내가) 잃을 것이 없지 않느냐. 좋은 대본을 받았으니 열심히 하면 그만이다. 다른 작품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 내 연기에 집중할 시간도 부족한데….” (남궁민)

♪ 돈 따위 처음부터 바란 적도 없어. 꿈 하나 갖고 나는 이 거리를 걸어 ♬”

남궁민의 목표는 돈(개런티)이 아니었다. 미니시리즈 타이틀롤은, 그의 꿈이었다. 여기에 꿈을 쫓은 배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이준호다. ‘2PM’ 출신 아이돌 배우.

둘은 드라마 최고의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남궁민은 ‘똘끼’ 충만한 김과장으로, 이준호는 ‘악끼’ 넘치는 서이사로 분했다. 그리고 적군에서 아군이 되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렸다.

생활 연기의 달인들도 대거 합류했다. 남상미, 김원해, 김강현, 김선호, 류혜린, 동하(박명석 역) 등이 경리부 어벤져스를 결성했다.

“♪ 거렁뱅이 또는 거저 얻어걸린 성공이라고 어쩌고 ♬” 

그렇게, 수목전쟁은 시작됐다. 역시나 시작은 ‘사임당’의 이름값 승리. 이영애의 복귀는 시청률을 16.3%까지 끌어 올렸다. ‘김과장’은 7.8%, 한 자릿수로 출발.

그러나, ‘사임당’은 2주 천하였다. ‘사임당’이 남발한 ‘세상에 이런 우연’은 시청자를 질리게 했다. 올드한 연출은 식상했고, 이영애와 송승헌의 연기는 그 자리였다.

‘김과장’은 ‘사임당’에 실망한 시청자를 그대로 흡수했다. 매회 시청률은 상승했고, 2주 만에 수목극을 제패했다. 5회부터는 15%를 돌파했다.

♬ I don’t care. 내가 주인공인데. 뭐라 해도 그건 나의 삶이기에 ♬”

요즘말로, 배우들이 하드캐리했다. 일등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남궁민. 그는 ‘김과장’ 그 자체였다. I don’t care, 그가 진정한 주인공이었다. 쉴 새 없이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김과장’은 남궁민의 삶이었다. ‘의인’이 되는 과정은 ‘개콘’보다 유쾌했다. 직원을 설득하는 장면은 심금을 울렸다. 능글맞게 웃겼고, 인간적으로 울렸다.

준호도 또 1명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괴물’ 서율이 ‘인간’ 서율로 변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덧붙여, 남궁민과의 브로맨스는 드라마 후반 최고의 볼거리였다.

신스틸러들 역시 자신의 등장 장면을 110% 훔쳤다. 김원해는 이 시대의 부장님이었다. 동하는 을이된 재벌 2세를 맛깔나게 연기했다. 심지어 청소부 아줌마(황영희 분)까지 제 몫을 다했다.

꿋꿋이 버텨나가 주먹을 더 꽉 쥐어 ♬”

작가는 잘 썼고, 감독은 잘 찍었다. 우선 박재범 작가는 오피스물을 블랙 코미디로 만들었다. 부정부패, 노사갈등, 비정규직 등 현실적인 소재를 지루할 틈 없이 풀어냈다.

이재훈 PD와 최윤석 PD의 전개는 속도감이 있었다. 카메라 워크는 담백했고, 세트는 꼼꼼했다. 적재적소에 깔린 BGM은 몰입도를 더했다.

디테일도 훌륭했다. 이준호의 변화가 대표적인 예. ‘괴물’ 서율의 별명은 ‘먹소’였다. 무엇이든 욕심을 부리며 흡입했다. ‘인간’ 서율은 그 반대. 하경에게 먼저 음식을 권했다.

♬ 오늘도 어제보다 좀 더 높이 뛰어 ♬”

그래서, 웰메이드였다.

남궁민은 끝까지 완급을 조절했다. 마지막 20회, 남궁민은 경리부를 떠났다. 그는 분명 장난을 쳤다. 그러나 시청자의 눈시울은 뜨거웠다. 한 장면으로 다양한 감정을 불러냈다.

이준호는 ‘고구마’도 주고 ‘사이다’도 건넸다. 여기에, 까칠한 귀여움은 전매특허였다. “아오 오글거려. 다신 보지 말자”라는 마지막 인사도…, 매력있었다.

박 작가도 ‘열일’했다. 선한 의지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메세지를 남겼다. 그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진한 애정은 지친 시청자를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시작은, 돌아갈 길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모두 최선을 다해 끝까지 걸었다. 잃을 것 하나 없다던 그 패기가 결국 모든 걸 얻게 만들었다. 

<사진=디스패치DB,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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