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종열기자] 국민연금이 갖가지 암초로 흔들리고 있다.
560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며 세계 4위 규모를 자랑하던 국민연금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파장으로 국회와 검찰, 그리고 감사원에 이르기까지 사정기관들의 조사를 받고 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청와대로부터 압력을 받아 공정한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어서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후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와 업무보고,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 특검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또한 기금운용본부의 상위기관인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정기감사와 특정감사도 동시에 이뤄졌다.
이게 끝이 아니다. 기금운용본부는 2월 중에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다시 업무보고가 예정돼 있다. 또한 6월에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다.
감사원은 삼성물산 이슈는 물론, 지금까지 행사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공정하게 행해졌는지 두루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는 2014년 9월 이후 3년 만이며, 감사원 감사는 통상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감사원의 감사가 마무리되는 하반기에는 국회의 정기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온다. 다시 국회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사실상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감사원과 검찰, 국회로부터 끊임없는 조사와 감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잇따르는 조사와 감사로 인해 국민연금의 업무공백과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한 관계자는 “감사가 진행되면 개별 사안에 대한 근거를 자료로 만들어야 하고, 요청자료는 빠짐없이 제출해야 한다”며 “본업인 기금운용 업무는 뒤로 하고, 감사 관련 업무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기존 운용인력의 이탈 역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업무공백과 업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방균형발전법에 따라 지난해 전북 전주로 본사를 이전했다.
현재 강남구에 있는 기금운용본부 역시 곧 이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인력이탈 역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1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사의를 밝힌 기금운용본부 소속 운영역은 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그만둔 운용역(30명)에 맞먹을 정도다.
정부가 인가한 운용역 정원은 206명이지만, 현재 운용역은 223명으로 40여명 가까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의 운영경쟁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핵심 운용인력이 급격하게 이탈하게 되면 중장기로 운영되는 기금의 운용 수익률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연금 보유자산은 현재 560조원에 달해 수익률이 1%만 떨어져도 5조6000억원의 수익이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은 2009년 10.29%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4.57%를 기록하며 하락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연금의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조기에 인력을 충원하고, 신입 운용역에 대한 교육을 충실히 하는 등 원론적인 방법 밖에 해결책이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