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안방극장 하드캐리남?

바로, 배우 남궁민입니다.

냉정한 싸이코패스

(냄새를 보는 소녀)

분노조절장애자

(리멤버)

로맨틱한 긍정맨.

(미녀 공심이)

그리고 지금은?

개그까지 해냅니다.

남궁민이 인생 캐릭터를 만났습니다. KBS-2TV '김과장'(극본 박재범, 연출 이재훈)의 김성룡 과장 역으로 다시 한 번 이름 앞에 '갓'을 붙였습니다.

그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요? '싸패' 전문인줄 알았더니, 아니었습니다. '삥땅왕' 김성룡에 200% 빙의했죠. 능청맞고, 깐족거리고, 뻔뻔한 남자가 됐습니다.

"넉살이 과장급"

"삼각! 삼각!"

"눈물즙도"

"문제없습니다"

여기에, 몸개그의 달인 탄생입니다. 이런 슬랩스틱, 어디서도 본 적 없죠. 구타를 당할 때도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분노 게이지 상승?"

"맞아도 즐거운 날"

얼음 슬라이딩도 백미였습니다. 성룡은 빙판길에 미끄러지며 의도치 않게 사람을 구합니다. 남궁민은 피를 흘리면서도 여전히 웃습니다.

뜻밖의 의인行.

엄살도 王입니다.

한없이 가볍다고요? 그저 웃기기만 하다고요? 그렇게만 봤다면, 남궁민의 진면목을 놓친 겁니다. 한 마디로 그는, '디테일'의 달인입니다.

이를테면, 김과장이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릴 때. 남궁민은 순식간에 달라집니다. 웃음기를 싹 뺍니다. 어딘지 모르게 아련하고 슬프죠.

그렇게 반전 캐릭터 완성.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건, 탄탄한 연기력 덕분입니다. 남궁민은 역시 베테랑이었습니다. 감정의 변화가 자유자재입니다. 깨방정과 급진지를 순식간에 넘나듭니다.

대사도 맛깔나게 살립니다. 극중 성룡의 대사는 대부분 호흡이 길고, 속도가 빠릅니다. 그런 만큼 완급 조절이 중요하죠. 자칫 힘을 실었다간, 오버로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궁민은요. 단 한 번도 실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에 변치않는 트렌드가 뭘까요? 바로, 삥땅이야 삥땅. 대한민국 어디 한 군데 안 썩은 데 없고, 안 허술한 데 없잖아요? 이 얼마나 해먹기 좋은 세상이야?" 

<1회> 사이다 대사입니다. 현실을 반영한 촌철살인 대사. 여기선 힘을 모조리 뺍니다. 마치 어릿광대가 놀음을 하듯 여유롭게 일침을 날립니다. 그래서 더욱 강렬했죠. 

"너처럼 맨날 지각하고, 친구들이랑 하루종일 SNS 하고, 놀 궁리만 하면 그 누구의 것도 해먹을 수가 없어. 일찍 일어나는 X개가 따뜻한 X을 먹는거야" 

<1회> 더티 대사입니다. 앞 부분은 건조하게, 또 빠르게 날려 줍니다. 포인트는 'X개' 파트. 느릿느릿하게, 실제로 변을 먹는 모션까지 취해가며 힘을 줍니다. 

"난 절대 아버지처럼 안 살테니까 그렇게 알아. 나 정말 독하게 살거야. 아버지 미워서라도 남들 상관 안하고 독하게 살거야." 

<3회> 진지한 대사 입니다. 남궁민은 절대 감정을 과하게 넣지 않습니다. 나직나직하고, 담백한 톤을 택합니다. 눈물도 흘리지 않습니다. 흐를 듯 말듯, 살짝 맺힌 수준으로 연출.

"아버지가 회장이면 개념을 지하주차장에 넣고 와도 돼? 이 머릿속에 우동사리만 든 X꺄!? 왜 아버지한테 이를려고? 내가 니 아버지면 회사 쪽팔려서 못다녀 이 X꺄!" 

<4회> 분노 폭발 대사 입니다. 회장 아들이 막무가내로 행패를 부리자, 반격하는 신인데요. 이는 김과장 고도의 해고전략이었습니다. 

이 때 남궁민의 완급 조절이 빛을 발합니다. 드라마틱, 그 자체였습니다. 조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나직하게 말하다 순식간에 감정 폭발. 힘있게 치고 나갑니다.

해고전략 성공?

나홀로 코믹 세리머니.

남궁민의 이런 호연이 바로, '김과장'의 인기 요인입니다. 대본을 주무르고, 대사를 드리블하고, 연기를 갖고 놉니다.

그래서 남궁민에게는, '대체불가'라는 평이 쏟아집니다. 지금 '김과장' 하면, 남궁민 이외에 어느 누구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안단태(공심이) 때도 그랬습니다. 남규만(리멤버)이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남규만 때는 권재희(냄새를 보는 소녀)를 잊게 했죠. 이번에도, 전작을 모두 지웠습니다.

물론 공짜는 없습니다. 남궁민은 소문난 노력파입니다. 실제로 '냄보소'의 살인마 권재희로 살아갈 땐, 단 10초의 상의 탈의 신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겉으론 한없이 섬세한 꽃미남 쉐프. 하지만 실상은 화가 잔뜩난 근육질 몸매. 이중적이잖아요? 몇 초 나오진 않지만, 살인마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죠." (남궁민)

'리멤버' 때는 어땠을까요? "악역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실제로도 분노 조절 장애가 생겼다"고 고백했습니다.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죠.

지금도 남궁민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김과장의 팔색조 매력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코미디 연기는 정말 쉽지 않아요. 정석대로만 하면 재미가 없어요. 반대로 조금만 선을 넘으면 오버스러워지죠. 완급조절에 신경쓰며 연기하고 있습니다." (남궁민)

권재희를 잊게 만든

남규만,

그리고 남규만을 지워버린

김.과.장.

그 비결은 바로,

남궁민의 열정아닐까요?

글=김지호기자(Dispatch)

사진=디스패치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