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나지연기자]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Demian). 소년 싱클레어가 악의 세계에 눈을 뜨고, 선과 악이 통합된 인간으로 자란다. 자아를 찾는, 그리고 각성하는 과정을 그렸다.

방탄소년단의 정규 2집 앨범 '윙스'(Wings). 유혹을 만난 소년들의 갈등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다. 이는 이번 앨범의 테마로, 뮤직비디오 전체 내용까지 관통한다.

데미안과 윙스. 윙스와 데미안은 닮았다. 소년, 갈등, 성장, 자아 등의 메시지가 일맥상통한다. 이는 의도된 장치. 방탄소년단은 '데미안'을 모티브로 앨범을 제작했다.

"뮤직비디오 속 여러 장치는 소설 '데미안'의 부분에서 참고했다. 성장의 아픔과 고민을 그린 새 앨범 스토리와 잘 맞아떨어졌다" (랩몬스터, 10일 '윙스' 기자회견 中)

'피 땀 눈물'. 6분의 뮤비 안에 숨겨진 '데미안'은 무엇일까? 소품은 또 어떤 의미일까. '결정적 장면 10' 이다.

▶ 장면 1. 뮤비 42초. 진이 벽에 걸린 그림을 집중해서 바라본다. 그가 보고있는 그림은 뭘까? 피터 브뤼겔의 '타락한 천사들의 추방'(The Fall of the Rebel Angels).

☞ '데미안'에서 악(惡)은 나쁜 것이 아니다. 악을 자각한다는 의미. 즉, 각성의 표식이다. 인간을 완성된 자아로 이끄는 하나의 매개인 셈. 그림 속의 '타락한 천사'는 자아를 찾는 데 필요한 매개체다. 진이 자아를 각성하기 위해 필요한 '유혹자'다.

▶ 장면 2. 뮤비 55초. 슈가는 앉은 지민의 눈을 손으로 가린다. 3분 50초, 슈가가 지민의 눈을 검은띠로 가린다. 5분 25초, 진이 검은 날개를 단 조각상에 입맞춘다.

☞ '데미안' 마지막 구절 주인공 싱클레어는 수호자 데미안을 마주한다. 데미안은 '눈을 감으라'하고, 싱클레어는 피가 흐르는 입에 가벼운 키스를 느낀다. 이는 선과 악의 세계가 통합됨을 의미한다. 나는 선, 눈을 가린 건 악, 키스는 둘의 통합을 말한다.

▶ 장면 3. 뮤비 1분 40초. 랩몬스터는 설탕과 새그림을 태운다. 그리고 이를 넣은 초록색 술을 마신다. 2분 17초. 정국이 술을 손으로 맛본다. 2분 59초 사탕을 먹는다.

☞ 초록색 술은 압생트.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먹던 술이다. 환각 작용을 일으켜 창작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반 고흐 등 예술가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새 그림은 무엇을 의미할까. 싱클레어의 악몽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소설 속) 싱클레어는 데미안이 자신에게 억지로 새 그림을 먹이는 꿈을 꾼다. 

"그는 나에게 억지로 문장을 먹였다. 삼킨 문장이 내 속에 살아 있어, 나를 채우고 안에서부터 파먹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죽음의 두려움에 펄쩍 일어나 잠에서 깨었다." (데미안 中)

결국 '압생트'와 '새', 그리고 '사탕'은 악과 유혹을 맛본다는 의미다.

▶ 장면 4. 뮤비 1분 10초. 정국이 그네에 매달려 있다. 그의 뒤에 걸려있는 그림은?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의 '이카루스를 위한 탄식'(The Lament for Icarus)이다.

☞ 이카루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다.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타고 탈출을 시도한다. '하늘 높이 날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다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 떨어진다. 이는 신화 속에서 '신에 대한 대항'으로 여겨진다. 

▶ 장면 5. 뮤비 2분 44초. 제이홉이 깃털 달린 화살을 쏜다. 이 화살은 뷔에 날아간다. 5분 21초. 뷔는 등에 상처난 채로 앉아있다. 마치 날개가 부러진 듯 한 모습이다.

☞ 제이홉은 뷔의 등에 상처를 선물한 존재다. 이는 악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한다는 뜻이다. '피 땀 눈물' 중 "아파도 돼"라는 가사와 연결된다. 아파야 성장한다는 것.

뷔의 등에 난 (첫) 상처는, 날개가 돋을 자리다. 날개가 돋는다는 건,  자아를 각성한다는 의미한다. 소설 '데미안'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되었다.

"아버지의 신성함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내 유년 생활을 떠받치고 있는, 그리고 누구든 자신이 되기 전에 깨뜨려야 하는 큰 기둥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이 고통을 겪는 데는 상당한 쾌감이 있었다.  모든 영혼의 불쾌한 감정도 환영받았던 것이다. 나는 비참의 한가운데서 해방이자 봄 같은 무엇을 혼란스럽게 느꼈다" (데미안 中)

▶ 장면 6. 뮤비 3분 20 초. 뷔가 테라스에서 뛰어 내린다. 앞에는 피터 브뤼겔의 '추락하는 이카루스가 있는 풍경(Landscape with the Fall of Icarus)' 그림이 놓여있다.

☞ 앞서 말했듯이, 이카루스는 신에 대한 대항이다. 즉, 악을 의미한다. 뛰어 내린 건 악의 세계로 던져짐을 상징한다. 이는 선(善)으로 상징되는 유년 시절의 죽음을 뜻한다.

▶ 장면 7. 뮤비 4분 45초. 슈가가 오르간에 앉아 연주를 하고 있다.

☞ '데미안'에는 피스토리우스가 등장한다.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싱클레어의 친구다.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으로, 싱클레어를 성장시키는 주요 인물이다. 슈가의 오르간 연주는 이 장면을 오마주 한 것이다. 자아의 각성 과정을 상징적 연주로 풀었다.

▶ 장면 8. 뮤비 5분 57초. 진은 거울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 2가지 종류의 꽃이 보인다. 한 쪽에는 흰색 카라가 담겨있다. 그 반대편에는 꽃향유가 꽂혀있다.

☞ 카라의 꽃말은 순결.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말한다. 즉, 싱클레어의 유년을 상징한다. 꽃향유의 꽃말은 성숙. 싱클레어의 성장을 의미한다. 자아를 찾아간다는 뜻이다.  

▶ 장면 9. 뮤비 1분 44초. 색색의 물감들이 어지럽게 흩어진다. 5분 35초, 깨진 조각상 위로 색색의 물감들이 흘러내린다. 5분 41초 지민은 초록색 눈물을 흘린다.

☞ 색색의 물감이 흘러내리고, 섞인다. 정국과 랩몬스터, 제이홉 쇼트필름에서도 계속 등장한 이미지다. 여기에는 소년, 성장, 자아, 각성 등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선(善)과 부모님이 전부였던 유년 세계는 모노톤이다. 반대로 색색의 물감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자아를 말한다. 각성을 통한 성장, 그리고 다채로운 세계로 날아감(wings)이란 뜻이다.

▶ 장면 10. 뮤비 5분 50초. 제이홉이 배경에 두고 춤을 추던 '피에타상'이 깨진다. 6분, 뮤직비디오 마지막에서는 거울을 바라보던 진의 얼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 '피 땀 눈물' 가사 속 '나를 부드럽게 죽여줘'라는 부분이 있다. 유년의 죽음을 말한다. 피에타상과 진의 얼굴에 금이 간 것 역시 마찬가지. 유년이 죽고, 새로운 탄생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을 깨고 새로운 세계로 날아간다는 것. 이 역시 자아의 각성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반드시 스스로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 (Man muss noch Chaos in sich haben, um einen tanzenden Stern gebaren zu konnen)

'피 땀 눈물' 뮤직 비디오 5분 45초, 석진이 바라보는 거울 위에도 위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는 '방탄소년단'이 뮤비 내내 하고 싶은 말의 한 줄 요약 아닐까?

성장하려면 혼돈을 겪여아 한다는 것.

'데미안' 속 싱클레어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계로 성장한다. '윙스'의 방탄소년단은 유혹과 갈등을 통해 자란다. 내면의 혼돈과 악, 유혹, 그리고 성장과 자각. '피 땀 눈물'을 관통하는 키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