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이별은 어떤 의미니?"

'디스패치'가 물었고,

가인이 직접 답했습니다.

김이나(작사가)가 덧붙였고요.

⇓ 가.인.세.이 ⇓

(with 김이나)

우리가 헤어질 때, 가장 두려운 건...

나는 어떤 존재로 기억될까.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건 싫거든.

사람이 미련이 많으면 추해져.

미련이 없다면, 후회가 없고

후회가 없으면, 홀가분할텐데.

함께 하는 동안 불꽃처럼 태웠다면,

더이상 아쉬운 게 없지 않을까.

미련은, 현재에 충실하지 않아서 생기는거야. 지금 존재하는 것에 대한 감사, 지금 살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 그렇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면, 미련이 없을텐데.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다음을 생각하고,

또 미래를 생각하고,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을

덜 아름답고, 덜 행복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싶어.

이별을 장례식에 비유했어.

추한 기억보다

좋은 기억만

남기를 바라는거지.

(나 없이도) 남은 사람이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라면서.

"한밤의 카니발의 그 불빛보다 정말 뜨거웠던 나 거기 있었다는 걸 아름다웠다는 걸 내 안에 담고 불꽃처럼 사라져" (카니발 中)

아무에게도 슬픈 감정을 남기지 않고 떠나는 것. 그게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아닐까 생각했어. 내가 존재했었다는 사실만 남기고 없어지는 것. 화려한 장례식처럼.

[Dispatch=김수지기자]  "그래, 나 없이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나보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별의 감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별에는 계기가 있다. 그 계기는 대부분 추하다. 갈등이 생겼고, 이를 봉합하지…, 아니 봉합할 마음이 없어서 헤어진다.

이때, 가인은 말한다. 그래도 우리가 헤어질 때는 좋은 기억만 남기자고. 마치 장례식처럼. 적어도 우리는 누구의 죽음 앞에선 고개를 숙이며 추억을 떠올리니까.

그래서 가인의 이별은 색다르다. 미련이, 집착이, 추함이 없다. 가장 예쁜 모습으로, 가장 화려하게 떠나자고 한다. 한밤의 불꽃처럼, 뜨겁게 타다가 없어지는 순간.

이것이, 가인의 컴백 앨범 '엔드 어게인'(End Again)의 '카니발'이다. 그는 수록된 5개의 노래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다시 정의했다.

그 시작은 캐리다.

스윙감 넘치는 연주가 매력적이다.

"캐리는 가상의 인물이에요. 시작부터 '마이 네임 이즈 캐리'라며, 마치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듯이 노래했어요." (가인)

여기서 잠깐, '캐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캐리'는 '카니발'의 프리퀄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 그 운명적인 상황을 그렸다.

"둘일 땐 완전히 미쳐. 따로는 보고파 미쳐버릴. 난 너의 miracle. 넌 나의 마지막. baby you maybe you" (캐리 中)

'캐리'가 시작이라면,

'카니발'은 끝이다.

"완벽한 사랑은 무엇일까요. 내가 없어도 상대방이 행복한 것, 아닐까요? 언젠가 사람은 다 떠나니까. 사랑이든, 삶이든, 아름답게 마감하고 싶은 바람을 담았습니다." (김이나)

우리는 가인을 '퍼포머'로 안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떠올린다. 하지만 가인은 스토리텔러다. 그의 몸짓은 생각을 전하는 몸짓이다.

귀로,

눈으로,

그 다음에

가슴으로 들을 때

노래는 더욱 빛을 발한다.

"미련은, 현재에 충실하지 않아서 생기는거죠. 존재하는 것에 감사, 함께 있는 것에 감사, 그렇게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면, 적어도 미련이 없을테니까요." (김이나)

이것이 바로 가인의 이별학개론이다. 그리고 이것은, 누가 듣느냐에 따라 사랑학개론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그 다음을 생각하죠. 또 미래를 생각하고.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을 덜 아름답고 덜 행복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가인)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 그것이 미련없는 이별을 위한 전제라는 것. 지금까지 가인(with 김이나)과 나눈 앨범 생각이다.

<해석=가인&김이나, 사진=미공개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