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레전드] 2012년 12월 1일 방송된 SBS-TV '그것이 알고싶다' 872회. 둘만의 방, 16시간의 진실편입니다.

룸메이트 이 씨와 김 씨는 돈 문제로 한참을 다퉜습니다. 다음날 아침 이 씨가 방을 떠난 후 불이 났고,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16일 후에 사망했습니다.

유족들은 룸메이트 이 씨의 계획된 살인이라는 주장이고요. 이 씨 측은 김 씨의 우발적 자살이라고 주장합니다. 현재 대법원 최종판결은 김 씨의 무죄가 선고된 상태입니다.

16시간 동안 둘만의 방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일명 핑크색 트레이닝복 편, ‘그알 레전드’ 4탄, 룸메이트 죽음의 미스터리입니다.

지난 2011년 9월 17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주택가 반지하에서 불이 났습니다. 119 구조대는 방 안에 쓰러져 있던 여자를 발견했고, 병원으로 후송했습니다.

병원에 이송된 여자는 24살의 김씨. 하지만 화재 발생 16일 후 숨을 거뒀죠. 그런데, 김씨의 목에서 2차례 칼이 찔린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두 사람은 9개월 전부터 7평 남짓한 강남의 반지하 원룸에서 동거해왔다고 합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해 9월 16일 저녁. 발단은 ‘빚’이었습니다.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빌려간 돈 4,700만원을 돌려달라고 하자 김 씨가 내가 죽으면 4천여만 원의 생명 보험금이 나오니 이를 가져가라며 칼을 들어 자해를 시도했고,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였다고 진술했습니다.

또한 자신은 칼에 찔린 후 지혈을 해 주었고 다음 날 아침, 자신이 집을 나온 뒤 김 씨가 스스로 불을 지른 것이다’ 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 주목했습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빚’ 얘기를 꺼낸 적이 없는 김씨가 목에 치명상을 입은 후 갑자기 여러 명에게 ‘거액의 빚을 져서 이 씨에게 차용증을 써 주었다’는 문자를 보낸 것이 의심스럽다는 것이었죠.

게다가 목소리를 알아 들을 수 있는 지인에게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택배나 콜택시 기사에게는 전화를 걸었다는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불이 나기 몇 시간 전, 숨진 김 씨의 휴대전화로 시너가 주문됐는데 정작 이를 수령한 사람은 핑크색 트레이닝 복을 입은 이 씨였습니다.

불이 나던 그 시각쯤, 핑크색 트레이닝 복 이씨가 집을 나섭니다.

담당형사는 목에 칼을 2차례나 찔린 김씨가 카카오톡을 보내고, 휘발유를 시킬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서울 지방경찰청 이상준 팀장은 숨진 이씨가 욕실에 누워 있던 모습도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기어들어갔다면 머리가 욕실 안쪽을 향하고 있어야하는데 욕실 바깥을 향하고 있었다"는 거죠. 또한 이씨의 밑에 그을음이 묻어 있지 않은 것은 이미 화장실에 누워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119에 최초로 화재 신고를한 목격자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소방서 촬영팀이 촬영한 영상에는 친구 이씨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자신과 9개월을 함께 살던 친구가 응급차에 실려가는데 가만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소방팀이 촬영한 실제 영상입니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16시간 동안 둘만의 방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진실은 그들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