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할 수 있겠어요?"
강정호가 걱정합니다.
그러자,
효민이 대답합니다.
"최선을 다 할게요"
"하나만 기억하세요"
"나이스 그립이죠?"
그렇게 두 사람은 초초합니다.
효민은 손에서 공을 놓지 못합니다. 강정호도 입술이 타는 모양입니다. 지금 이 풍경, 지난 13일(한국시간) 미국 피츠버그 PNC파크입니다.
킹캉과 미녀의 시구 스토리, PNC극장이 시작됩니다.
D-2
우연일까요.
그녀가 도착했을 때,
그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3루석으로 부탁해요"
"팔로~ 팔로~ 미"
서울에서 피츠버그까지 14시간을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가 뛰고 있는 구장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여기가 PNC 파크"
그녀가 '캉'을 찾습니다.
"저 캉이 아니고"
"이 킹캉입니다"
그녀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네, 바로 효민입니다. 먼저 캠코더로 위풍당당 3루수를 찍습니다. 줌으로 당겨 볼까요?
"3rd Baseman"
강정호는 2회와 4회,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효민은 두 손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기도를 했습니다.
"힘을 내요, 슈퍼 킹캉"
또 다시 강정호 차례. 7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터졌다! 2루타"
5경기 연속 안타였습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적시타를 발판으로 밀워키전 7연패에서 탈출했습니다.
강정호는 3루석으로 향했습니다. 팬들은 '킹캉'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강정호는 '효민'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반가워요"
효민은 '다행'이라는 말을 연발했습니다.
"저도 (강정호) 팬들의 댓글을 봤어요. '니(효민)가 가서 지면 각오하라'는 경고(?)였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데요. 오늘 연패를 탈출해 너무 좋네요" (효민)
피츠버그의 첫 날은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기분 좋은 승리 덕분이냐고요?
낯선 땅에서 느낀 한국의 위상이 흐뭇합니다. 인력거 의자에 태극기가 딱!
그리고 숙소로 향하는 길. 현지에 살고 있는 아시아 팬들도 딱, 딱!
D-Day
"저거 봤어?"
"효민앓이"
"박효민 파이팅"
"효민이 어딨지?"
"Where is Hyo Min?" (허들)
"저 왔어요"
드디어 날이 밝았습니다. 효민이 PNC파크 마운드에 오르는 날입니다. 저 긴장한 표정, '티아라' 데뷔 무대만큼 떨리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걱정없습니다.
'킹캉'이 있으니까요.
강정호는 '원포인트' 레슨에 나섰습니다. 그 달달한 그립, 줌 들어갑니다.
"손가락을 실밥 위에"
"이게 바로 포심이죠"
"나이스 돌직구"
시작할 때까지 시작한 게 아닙니다. 효민은 잠시도 손에서 공을 놓지 않았습니다.
"와인드 업"
"키킹"
"팔로스로우"
그 공을 받는 사람은 강정호입니다.
제발 '패대기'는 피하자며 힘껏 던졌습니다.
"나이스 피치"
강정호의 칭찬에도 효민은 여전히 얼음입니다. 지금 그의 머리 속에는 온통 '와인드업-키킹-팔로스로우' 뿐입니다.
"편하게 던져요" (강정호)
"땅으로 꺼질까봐" (효민)
"연습, 또 연습" (효민)
그리고 드디어, 효민의 시간이 왔습니다.
시구를 위해 마운드로 향합니다.
홈플레이트에는 강정호가 앉아 있습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 집니다.
"비는 거들 뿐"
"나는 던진다"
"받아라"
"킹캉"
"MLB, 시구, 성공적"
그녀의 바람대로, '패대기'는 없습니다. 아리랑 궤적으로 강정호의 글러브에 꽂혔습니다. 다만 구속은, 유희관보다 조금 더 느리다는 것.
그렇게 효민은, 생애 처음인 메이저리그 시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녀에 따르면? 웃을 일 없는 요즘, 가장 크게 웃은 날이랍니다.
또 하나, 자신의 시구보다 더 좋은 건?
바로 7회에 터진 강정호의 동점타였습니다. 7회 1사 1·2루, 1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승부를 6-6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킹캉이 쳤다"
"나이스 히트"
"킹캉이 킹이죠?"
"기념사진, 콜!"
효민은, 이날을 '인생경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그간의 마음 고생을 털어 놓았습니다.
"혹시나 혹시나 강정호 선수에게 폐가 될까봐요. 제가 시구를 한 날, 팀이 질까봐 조마조마 했어요. 그래서 어제는 한 숨도 못잤어요. 너무 걱정이 되더라고요." (효민)
그러고 보니 강정호의 적시타는, 피츠버그를 승리로 이끈 효자타였습니다. 또한 효민의 고민을 날리는 해소타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정호 선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팬들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KBO는 144경기를 합니다. MLB는 162게임을 하고요. 지금은 체력적으로 가장 지칠 때입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144게임 이상을 뛴 적이 없으니까요.
실제로 강정호의 몸무게는 5kg이나 빠졌다고 합니다. 어쩌면 지금의 괴물같은 페이스는 정신력일지도 모릅니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요.
그래서 우리의 응원이 더욱 필요할 때인지 모릅니다. 피츠버그 현지에서 '디스패치' 이호준 기자였습니다.
<글·사진ㅣ피츠버그(미국)=이호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