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수지·김지호기자] "Show MINO 뭐니?"

① 철길 위에 차단기가 올라가듯 나는 (내 몸은 너를 지웠다-리쌍)

② 내가 말하는 나사는 조이고 푸는 게 아냐 (마이 타입-치타 부분)

③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 (쇼미더머니4-송민호)

각각의 가사는 모두 성적인 표현을 담고 있다. 혹자는 이것이 힙합이라고 말한다. 당당히 성을 노래하는 것. 자유롭게 성을 표현하는 것.

그들은 반대 진영의 의견은 이렇게 무시한다.

"그게 바로 힙합이야. 넌 힙합 문화를 몰라!"

①, ②, ③ 모두 성을 가사로 풀었다. 하지만 수단과 목적이 다르다. 리쌍은 비유를 했다. 치타는 자신을 노래했다. 그러나 송민호는, 비유가 아닌 비하를 했다.

YG 소속의 랩퍼 송민호가 논란에 올랐다. 여전히 일부는 "표현의 자유며, 힙합의 문화"라고 두둔한다. 이어 "미국 힙합은 더 심하다"며 일축했다.

무엇이 힙합이고, 무엇이 문화일까. '리드머' 강일권 편집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익명을 요구한 대중음악 평론가의 의견도 덧붙였다.

1. 표현의 자유다 : 규제가 창작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힙합에 있어서 표현의 제약은 독이라는 것. 옭아매면 발전은 없다는 논리다.

강일권 (이하 강) : 표현에 대한 규제는, 위험한 지점이긴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표현에 대한 당사자의 느낌이다. 그 가사를 듣는 대수의 여성들이 불쾌했다면, 비판받을만 하다. 실제로 여성 혐오 수위의 가사였다.

A 평론가 (이하 A) : 송민호의 가사를 두고 표현의 자유라고 말하는 건 지지하지 않는다. 물론 본인이 필요하다면, 거친 표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사회적 도덕적 기준점이다. 특정집단이나 미풍양속을 해치지는 말아야 한다.

2. 힙합 가사의 기준 : 표현의 자유도 사회적 혹은 도덕적 통념을 넘어선 안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기준선일까.

강 : 대중문화가 성숙한 나라는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지 않는다. 비록 그것이 어떠한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약자를 짓밟고 만들어진 가치는 없다.

A : 미국에서도 흑인을 비하하지 않는다. 인종 차별은 금기다. 성적인 부분이 통용된다해도 민감한 것은 건드리지 않는다. 스스로 성숙하게 자제해야 한다.

3. 성적인 표현 : 리쌍과 치타의 경우를 보자. 그들도 성에 관한 것을 가사로 풀었다. 그러나 누구도 둘을 비난하진 않는다. 송민호가 아이돌이라서 그런걸까.

강 : 리쌍의 노래는 남녀의 사랑과 이별이다. 그 속에서 남자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풀었다. 치타는 본인이 여성이다. 자신의 입장에서 여자의 성적인 부분을 이야기한 것이다. 남자 랩퍼가 여자가 여자를 비하한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A : 우선 리쌍과 치타의 경우 스토리텔링이 있다. 전후 맥락이 분명하다. 송민호는 다르다. 행위의 묘사에 급급했다. 그래서 전혀 다른 성질의 것에 비유했다. 분명 다수의 여성이 불쾌할 수 있는 부분이다.

4. 힙합 본고장 : 우리만 유독 까다로운(?)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힙합의 본고장인 미국에선 지금도 '마더 X커'라는 가사가 자주 나온다.

강 : 미국 힙합 역시 성적인 표현이 많다. 물론 그런 표현에 관대하더라도 건드려선 안될 금기가 있다. 여성, 아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사람을 성적으로 비하하면 질타를 받는다.

A : 지금도 '마더 X커'는 가사에 자주 쓰인다. 이는 대부분 남자끼리 쓰는 욕설이다. 대신 절대 '비치'(bitch)는 쓰면 안된다. 이는 여성에 대한 폄하의 의미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지켜야될 '선'에 대해선 분명하다.

5. 사과 : 송민호 논란이 일자, '쇼미더머니' 제작진이 먼저 사과했다. 이어 송민호도 공식입장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 : 미국 뮤지션들도 사과한다. '우리는 힙합이다'며 무시하는 시대가 아니다. 에미넴도, 스눕독도 그랬다. 장문의 글로 사과하거나 해명한다. 최근에는 릭 로스라는 인기랩퍼가 사과를 했다. 노래 가사 중 강간을 암시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 릭로스의 가사 일부다-

Put molly all in her champagne, she ain't even know it (그녀의 샴페인에 몰리를 넣지. 그녀는 알지 못할 거야.)

I took her home and enjoy that, she ain't even know it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서 즐겼어. 그녀는 알지 못할 거야.)

강 : 미국의 모든 매체에서 릭 로스를 비난했다. 그러자 로스는 "오해한거다. 가사에 강간(rape)라는 단어가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 해명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결국 로스는 자신의 노래에 대해 정중히 사과했다.

"나는 강간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강간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가사를 쓴 것에 대해 사과합니다."

A : 오프라 윈프리는 여자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스눕독을 비판했다. 그가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과시하는 아티스트라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남학생이 여학생을 '창녀'(hoes)라 부르기도 했다.

스눕독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잘나가는 사람이 되면 여성을 그렇게 불러도 된다고 배웠다. 그게 '쿨'한 단어라 여겼다"면서 "하지만 난 이제 성숙해졌다. 특히 내 어린 딸을 보며 그것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게 됐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6. 힙합 역사 : 앞서 스눕독의 해명이 낯설다. "잘나가는 사람이 되면 여성을 '비치'라 불러도 된다고 배웠다"는 것은 여성 비하를 당연시 했다는 말로 들린다.

강 : 미국 힙합의 기원을 알아야 한다. 1960~80년대 블랙커뮤니티의 성향을 인식해야 한다. 당시 흑인 남자는 약을 팔거나 포주가 되는 시기였다. 그 때 힙합이 탄생했고, 그 안에서 생각없이 여성 비하 단어를 썼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사회 분위기는 달라졌다. 흑인들 스스로 그런 표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눕독이 "선배들이 당연히 써서 나도 썼다"는 말은 여성비하의 의도가 아닌 흑인 사회의 관습적 표현이었음을 해명한 것이다.

A : 한국은 미국은 환경이 다르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인종차별, 계급차별 등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 일부 (韓) 랩퍼들은 성적 비하를 남용하고 있다. 이를 남성적 태도라 착각하고 있다. 타국의 음악을 얼마나 생각없이 받아 들였으면….

7. 우리는 : 여전히 송민호 논란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 쪽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비판 자체가 잘못됐다"며 귀를 막고 있다. 지금 필요한 자세는?

A :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누군가가 모욕이나 혐오를 느꼈다면,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생각해봐야 한다. 누구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비판의 타당성을 따져서 결정하면 된다. 옳다면 고집하고, 아니라면 반성하면 된다.

강 : 인종차별을 저항하던 가사가 힙합을 빛내게 했다. 사회 변화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도 맞다. 여기서 저항은 사회 부조리에 대한 목소리다. 약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힙합이 원래 그래'는 없다.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