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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 “설희를 읽어봤나요?”…’별그대’, 표절쟁점 해부

기사입력/수정 : 2014-02-06 02:15 오후


[Dispatch=서보현·김미겸기자] 표절의혹, 여전히 진행중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SBS-TV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와 만화 ‘설희’가 있다. “독창적인 아이템”이라는 주장과 “설희의 요소요소를 베꼈다”는 의견이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과연, ‘별그대’가 ‘설희’를 베꼈을까. 아니면 참고라도 했을까.

 

표절을 주장하는 쪽과 반박하는 쪽의 입장은 이미 수많은 보도를 통해 다루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작업은 없었다. 이에 ‘디스패치’는 두 작품을 해부했다. 어떤 부분이 같고, 어떤 부분이 다른지를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표절 여부를 파악했다. 저작권법을 참고해 표절의 판단 기준인 ① 의거성과 ② 유사성, ③연계성 등을 검토했다. 이는 다시 소재, 설정, 내러티브, 인물구도 등으로 세분화시켰다. 

 

덧붙여, 전문가들의 의견을 요청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관계자,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교수 등에게 물었고, 저작권에 정통한 노수철 변호사(법무법인 한중)와 김경환 변호사(법률사무소 민후)에게 법적인 자문을 구했다.

 

명백한 표절일까, 아니면 명백한 트집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표절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8대 2로 우세했다. 소재와 인물이 비슷해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는 의견. 즉, 나무가 아닌 숲을 보면 그 생김새가 완전히 다르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 쟁점 1. 의거성 : A가 B의 작품을 베꼈다? 표절을 판단하는 맨 처음 기준은 ‘의거성’이다. 쉽게 말해, 기존 창작물을 접하고 이를 이용했다는 내용이 입증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판단하는 요소는 ‘접촉 가능성’ 여부다.

 

▶ 사례 : 지난 2012년, MBC 드라마 ‘선덕여왕’이 표절 소송에서 일부 패소했다. ‘표절이 아니다’고 판결 내렸던 원심이 뒤집힌 것. 재판부는 “MBC가 뮤지컬 ‘무궁화’ 관계자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대본에 접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설희’와 ‘별그대’는 어떨까?

 

☞ 강경옥 say : ‘설희’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무료로 연재됐다. 불과 1년 2개월 전이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설희’가 나온다. ‘별그대’ 측이 ‘설희’를 보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 박지은 say : UFO 출몰 사건은 지난 2002~2003년 SBS ‘깜짝 스토리 랜드’에서 ‘역사 속으로’라는 코너를 맡았을 때 인지했다. 그 이후 10년간 드라마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설희’를 본 적도 참고한 적도 없다.


① 접촉 가능성 있을까? : 양쪽의 입장이 대립각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강경옥 측의 주장은 명확하진 않다. “내 작품을 모를 수 없다”는 추측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법정에서 의거성을 증명해야 하는 쪽은 강경옥 작가다. 그도 그럴 것이 의거성의 경우 표절을 제기한 쪽에서 입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② 강경옥을 지지하는 쪽은? :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만들 때는 앞선 작품을 조사하는 게 기본이다. 국내에서 광해군 일기 속 UFO를 다룬 작품은 단 5개 뿐. ‘별그대’ 측이 ‘설희’의 존재 자체를 아예 몰랐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충남대 윤석진 교수)

 

③ 박지은을 지지하는 쪽은? : 의거성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 일단 강경옥 작가 혹은 ‘별그대’ 측이 강경옥 작가를 접촉했다는 기록이 없다. 2년 동안 포탈에 연재했다는 것은 근거가 될 수 없다. 웹툰을 누구나 읽어야 한다는 공식이 없기 때문이다. (노수철 변호사)

 

④ 디스패치 생각은? : 법정에서 의거성을 따질 때, 접근 가능성은 증거를 기반으로 해야한다. 예를 들어 사전에 전화를 주고 받았다는 등의 기록이 있어야 한다. “못봤을 리 없다”는 막연한 추정은 증거로 채택되기 힘들다. 강 작가가 증거를 대지 못하면 의거성은 고려 대상이 안된다.

 

 

◆ 쟁점 2. 소재 : 소재는 드라마를 만드는 재료다. 다른 말로 바꾸면, ‘모티브’라 할 수 있다. 소재를 바탕으로 캐릭터가 잡히면, 에피소드를 구성하고 스토리를 완성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소재 역시 드라마의 반이다.

 

▶ 사례 :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는 ‘광해군일기’에 나오는 UFO 출몰 사건이다. ‘별그대’는 조선시대에 불시착한 외계인으로 도민준을, ‘설희’는 외계인에게 치료를 받아 불로불사가 된 여자로 설희를 내세웠다.

 

☞ 강경옥 say : ‘광해군일기’에 상상력을 더해 400년 넘게 산 존재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내가 처음이다. 만일 같은 소재를 다룬 ‘기찰비록'(2010년)이 400년을 살아온 버전이었다면, 난 그 설정을 포기하거나 바꿨을 것이다. 그게 작가의 자존심이다. 

 

☞ 박지은 say : ‘광해군일기’ UFO 출몰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기에 벌어진 오해다. ‘별그대’의 도민준은 오히려 ‘슈퍼맨’ 캐릭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조선에 온 꽃미남 슈퍼맨이 400년 간 살아왔다는 설정인 것이다.

 

① 소재의 유사성 인정 받을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나만의 소재는 없다는 것. 다양한 창작물 사이에서 비슷한 소재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소재의 유사성이 어느정도 통용되고 있는 상황. 핵심은 기존 소재를 그대로 반복했느냐, 아니면 재창조했는가다.

 

② 강경옥의 주장에 힘을 싣는 쪽은? 광해군과 UFO의 소재가 겹치는 것은 문제 없다. 역사 기록을 근거로 한 소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소재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남녀만 바뀐 것이라면 유사성을 인정할 수 있다. (윤석진 교수)

 

③ 박지은의 주장에 지지하는 쪽은? 소재가 비슷하다고 표절은 아니다. 김치국, 김치찌개, 김치전 등은 배추를 소재로 했지만 전혀 다른 음식 아닌가. 배경이나 소재의 유사성으로 표절을 이야기할 수 없다. 표현이나 구조가 얼마나 비슷했느냐가 관건이다. (김경환 변호사)

 

④ 디스패치 생각은? 현행법상 소재는 아이디어의 영역이다. 표절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의 방법을 다룬다. 아이디어는 저작권으로 보호받기 힘든 영역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설희’와 ‘별그대’의 소재가 아무리 중복되도 표절로 보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 쟁점 3. 설정 : 드라마를 ‘나무’로 가정한다면, 설정은 ‘가지’에 해당한다. 가지(설정)에 열매(에피소드)가 달려 하나의 나무(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강경옥 작가는 여기에 주목했다. 몇 가지 설정이 중복, 스토리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 사례 : 지난해, 한국방송작가협회는 SBS ‘야왕’의 이희명 작가를 작가협회에서 제명했다. ‘야왕’에 등장했던 다수 장면들이 E작가의 대본과 같다는 것이다. 비슷한 장면과 설정들을 근거로 이희명 작가가 E작가의 작품을 표절을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설희’가 주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강경옥 say : ‘별그대’는 ‘설희’와 흡사한 설정이 많다. 불로불사, 특별한 능력, 톱스타 등이다. ‘광해군일기’ UFO 출몰사건을 다룬 5개 작품 중 ‘별그대’만 유난히 겹친다. 이 클리쉐들이 우연히 한 군데에 몰려 있기는 쉽지 않다. 정말 우연일까.

 

☞ 박지은 say : 외계인, 톱스타, 불로불사 등 비슷한 단어를 모아 유사성의 근거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창작물이 (표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례로 <악독한 계모, 죽음 직전에 부활, 친모의 죽음>을 근거로 ‘백설공주’가 ‘심청전’을 표절했다고 볼 수 없지 않나.

 

① 설정이 얼마나 겹칠까? : ‘설희’와 ‘별그대’를 비교한 결과, 크게 8개의 설정이 겹친다. ‘인간에 대한 불신’, ‘타액 반응’, ‘엄청난 부의 축적’, ‘톱스타와 러브라인’, ‘전생의 인연을 교통사고에서 도와줌’, ‘조력자의 존재’, ‘사각관계’, ‘3개월의 시간’ 등이다.

 

② 강경옥 주장에 힘을 보태는 쪽? : 물론 설정만으로 표절을 입증하기 힘들다. 클리세는 누구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정이 스토리에 영향을 끼쳤다면 표절로 의심해볼 만 하다. ‘설희’와 유사한 설정이 ‘별그대’ 스토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A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   

 

③ 박지은의 주장을 지지하는 쪽? : 강경옥 작가가 주장하는 클리세가 ‘별그대’에 그대로 녹아 있다면 두 작품이 똑같아야 되지 않겠나. 하지만 만화를 본 사람과 드라마를 본 사람의 반응은 다르다. 표절은 누가 봐도 같을 때 성립한다. 두 작품에 대한 느낌은 전혀 다르다. (방송작가 협회 관계자)

 

④ 디스패치 생각은? 설정만으로 표절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독창성이 담보돼야 한다. 획기적이고 기발한 장치가 뒷받침되여야 한다. 그렇지 않은 아이디어는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설희’의 설정은 독창적일까. 타임슬립 장르에서 전생의 연인을 찾는 건 흔하다.

 
◆ 쟁점 4. 인물 구도 : 사실 표절 여부를 판단할 때 인물구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수많은 작품들이 비슷한 인물 구도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인의 창작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강경옥 작가의 주장을 지지하는 입장이 한 건도 없었다.

 

▶ 사례 : 재벌 상속남 고등학생이 지독히 가난한 여고생과 사랑에 빠진다. 남자의 주위에는 화려한 배경의 친구들과 호랑이같은 부모가 있다. 여고생 주위에는 그녀를 시기질투하는 무리가 있다. ‘꽃보다 남자’와 ‘상속자들’의 인물 구도다. 상당히 흡사하지만 표절 의혹은 없었다.

 

그렇다면 ‘설희’와 ‘별그대’는 뭐가 다른걸까?

 

☞ 강경옥 say : 두 작품 속의 주요 인물이 비슷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별그대’의 경우 ‘설희’처럼 소꿉친구와의 삼각관계를 이룬다. 양아버지같은 조력자도 있다.

 

☞ 박지은 say : 인물들의 비중과 기능이 전혀 다르다. ‘설희’의 세라는 남자주인공을 짝사랑하다 결국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반면 ‘별그대’ 세미는 초지일관 휘경(박해진 분)을 짝사랑한다. 조력자 역시 마찬가지. 별그대’ 장영목 변호사는 비중있는 조연이다.

 

① 인물 구도 중요할까? 단순히 인물 설정이 같다고 해서 표절로 볼 수는 없다. 게다가 삼각 관계와 대립 관계는 한국 드라마에서 전형적인 구도다. 관건은 그 구도를 어떤 식으로 풀어 가는지 여부다. 인물들의 대사, 에피소드 등 세부적으로 같을 때에나 그나마 힘을 받는다.

 

② 강경옥의 주장에 힘을 싣는 쪽은? 이 부분에 대한 지지 의견 없음.

 

③ 박지은의 주장에 힘을 싣는 쪽은? ‘세일러문’, ‘천사소녀 네티’, ‘웨딩피치’ 등을 비교해보자. 평범한 여고생, 정의를 지키는 친구들, 특별한 태생을 가진 어머니 등 인물 관계가 같다. 하지만 세 작품을 표절이라 하지 않는다. 인물 관계는 중요치 않다. (김경환 변호사)

 

④ 디스패치 생각은? 두 작품을 검토해본 결과 인물 구도는 비슷했다. 동시에 국내 수많은 드라마, 영화, 만화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다. 강경옥 작가가 삼각관계, 조력자, 소꿉친구 등의 인물 관계를 창조했다고 볼 수 없다.

 

 
◆ 쟁점 5. 내러티브 : 표절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내러티브다. 표절 방지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표절 여부는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 사건 전개 과정(스토리), 플롯(인과관계), 등장인물, 대사, 전개 속도 등을 종합해서 판단한다.

 

▶ 사례 : 지난 2012년, SBS-TV ‘신의’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 의사가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한다는 설정이 MBC-TV ‘닥터진’과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닥터진’은 법적 문제 뿐 아니라 도의성도 꼬집었다. 이에 ‘신의’는 설정만 유사할 뿐 스토리 전개와 인물 관계 등 창작 표현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설희’와 ‘별그대’ 사정도 같다.

 

☞ 강경옥 say : ‘별그대’ 1~2회 방송을 보고 판단했다. 두 작품 작품 모두 400년 전 불로불사가 된 존재(설희, 도민준)가 전생의 인연(세이, 천송이)을 찾아가 확인하는 내용이다. 이 줄기가 핵심이다. 나머지 에피소드를 추가한다 해도 스토리의 큰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

 

☞ 박지은 say : ‘설희’와 구성, 흐름, 주제까지 확연하게 다르다. ‘별그대’는 외계인과 여배우의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다. 또 그들의 시한부 사랑 이야기다. UFO 출몰 사건과 전생의 인연도 처음부터 나온다. 하지만 ‘설희’는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내용이다. UFO도 작품 후반부에나 나온다.

 

① 스토리 유사할까?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은 구분된다. ‘설희’는 전생의 인연을 찾는 과정과 설희의 피에 얽힌 비밀 등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별그대’는 이재경(신성록 분)의 악행에 맞서 천송이(전지현 분)를 지키려는 도민준(김수현 분)의 이야기가 주축이 되고 있다. 

 

② 강경옥의 주장에 힘을 싣는 쪽은? 지지 입장 없음.

 

③ 중립 의사를 표한 쪽은? : 저작권 침해를 다룰 때는 의도성을 살펴야 한다. 단순한 참고가 아닌, 한쪽이 독창적으로 만든 내용을 유해하게 가져다 썼는지 확인해야한다. 아직 두 작품 모두 연재 중이다. 조사를 한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방송작가협회 관계자)

 

④ 박지은의 주장을 지지하는 쪽? : ‘별그대’는 ‘설희’와 스토리에서 유사성이 없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게다가 풀어가는 서사 방식도 다르다. 이런 경우, 판례를 참고해도 표절로 보기 힘들 것 같다. 이번 논란은 법적 다툼의 문제는 아니다.  (김경환 변호사)

 

⑤ 디스패치 생각은? 논란의 사전적 의미? 여럿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며 다툰다는 뜻이다. 표절 뒤에 논란이 붙는 순간, 대부분의 사실무근으로 종결됐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보기에 따라 다르다는 이야기다. 표절에서 중요한 것은 나무가 아니라 숲이다.

 

<인포그라픽=김혜원·김효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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