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관음과 관종. 비정상 범위에 있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호감가지 않는 주인공에 대한 위험부담도 컸다. 심지어 신혜선은 "캐릭터에 공감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했다. 그래서, 해야 했다.
"SNS로 인한 부정적인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관종, 염탐, 관음 등…. 이런 이야기에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경악하는 사람은 더 많을 겁니다. 꼭 필요한 주제라고 생각했어요." (김세휘 감독)
변요한은 오히려 "영화를 더 비호감으로 느끼고 봐 달라"고 당부했다.
영화 '그녀가 죽었다' 측이 29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변요한, 신혜선, 김세휘 감독이 자리했다.
'그녀가 죽었다'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 분)가 관찰하던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 분)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변요한이 맡은 '구정태'는 악취미가 있다. 자신의 직업적 이점을 활용해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 집을 몰래 훔쳐보는 것. 그러다 한소라의 은밀한 비밀을 목격하게 된다.
변요한은 "강한 역할을 많이 해서 재미있고 특이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며 "배우들과 함께 호흡만 잘해도 구정태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신혜선은 SNS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인플루언서 한소라를 연기한다. 소라는 화려한 셀러브리티의 삶을 살지만,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 인물이다.
그는 "소라를 공감하거나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캐릭터에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경험을 이번엔 하지 못했다. 더 가증스러운 가짜의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김세휘 감독 역시 배우들만큼, 중립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다. "주인공들의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옹호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았다"며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관객들이 직접 평가하게 하자 생각하고 완성했다"고 말했다.
보편적으로, 주인공은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하는 대상이다. 때문에 비정상적인 캐릭터를 따라오게 할 장치가 필요했다. 김 감독은 내레이션을 사용했다.
김 감독은 "처음에는 내레이션 없이 써보려 했다. 주인공에게 어느 정도 감정적으로 이입해야 하는데, 이 인물들이 저도 이해가 안 됐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자기변명을 내레이션으로 늘어놓는 형식을 사용했습니다. 다만 구정태는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고, 한소라는 스스로에게 말을 겁니다. 방식에 차이를 뒀어요." (김세휘 감독)
신혜선은 "소라는 계속 자기변명을 늘어놓는다.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불쌍한 사'을 끝없이 되뇌이며 자기 연민에 찬 목소리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영화 후반은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가 이어졌다. 정당화할 수 없는 행동을 한 두 사람. 각자의 잘못으로 인해 서로를 구렁텅이에 몰고 갔다.
상대를 원망이 차곡차곡 쌓이며 감정은 고조됐다. 이는 두 사람의 몸싸움으로 절정에 달한다. 후회도, 미련도 없는 마지막 사투를 벌인다.
변요한은 "그 신은 아침 일찍 가서 회의를 많이 했다"면서 "누구도 편들 수 없는 이상한 캐릭터들의 몸부림처럼 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혜선은 "몸을 쓰는 연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못 싸우는데, 절실한 느낌이 잘 나온 것 같다"며 "그 신이 거의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변)요한 오빠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난도 높은 연기다. 배우가 공감할 수도 없을 정도의 캐릭터다. 그럼에도 의문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달려간다.
이는 배우들의 힘이 컸다. 변요한은 무거운 스릴러에 코믹 요소를 추가해 환기시켰다. 신혜선은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처럼 감정의 폭을 끝없이 폭발시켰다.
변요한은 "한소라가 병원에서 셀카를 찍었는데, 뒤에 헌혈 포스터가 붙어있다. 한 팔로워가 헌혈을 했다 착각하고 '얼굴만큼이나 마음도 곱다'고 댓글을 쓴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때 한소라가 미친 듯이 웃으며 '개념 있는 인플루언서' 코스프레를 시작한다. 그 장면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한소라가 어떤 인물인지 그 한 장면으로 설명했다"고 칭찬했다.
신혜선 역시 "영화의 초중반까지 변요한이 끌고 간다. 압도적으로 고생했다"며 "구정태가 유골함을 정리하며 눈물을 흘리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미운데 짠했다. 캐릭터도 이중적인데, 보는 사람도 이중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마지막으로 변요한과 신혜선은 "이상한 놈들이다 싶다가, 놀랐다가, 불쾌감도 들었다면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선 성공인 것 같다"며 "끝을 알 수 없는 재미있는 스릴러다. 많이 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녀가 죽었다'는 다음 달 15일 관객들을 만난다.
<사진제공=영화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