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보험금이 나온다.. 은해가 이걸 알아야 보험금 탈텐데…은해는 나 삐졌다고 생각한다. 바보 나 안삐졌다. 그냥 지친거뿐.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

가평계곡 익사 사건 용의자 이은해(31)와 공범 조현수(30)가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잠적했습니다.

이은해는 내연남 조현수와 함께 지난 2019년 경기도 가평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상엽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두 사람이 노린 건 윤상엽의 사망보험금 8억 원. 

이은해는 남편이 숨지고 5개월 뒤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이를 의심한 보험회사에게 거절당했는데요. 보험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4시간 전 윤상엽를 살해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당시 경기 가평경찰서는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했는데요. 억울하게 묻힐 뻔한 사건에 불씨를 지핀 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이었습니다. 2020년 10월 17일, 풀리지 않은 의혹이 제기되자 여론이 반응했는데요. 그리고 경찰과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죠.   

문제는 이은해와 조현수가 지난해 12월, 검찰의 1차 조사를 받은 직후 종적을 감췄다는 겁니다. 3개월째 소재를 찾지 못하자 인천지검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를 내렸는데요.

'그것이 알고 싶다– 그날의 마지막 다이빙: 가평계곡 익사 사건' 방송 내용을 토대로 사건 타임라인을 다시 한번 정리해 봤습니다.

◆ 2015년

이은해는 윤상엽과 사귀던 중 다른 남자와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파혼을 합니다.

◆ 2016년 가을

이은해와 윤상엽(1980년생, 사망 당시 40세)는 결혼을 하는데요.

윤상엽이 친가에서 받은 1억과 대출 4천만 원을 더해 인천에 신혼집을 마련했죠.

신혼집에 거주한 사람은 윤상엽이 아닌, 이은해와 그 지인들. 지인들 중에는 여러 남자들이 포함됐다는 게 이웃의 증언입니다.

윤상엽은 신혼집 외 여러 채의 부동산 계약을 시도하기도 했는데요.

◆ 2017년 3월

이은해, 윤상엽은 혼인신고를 통해 법적 부부가 됩니다.

◆ 2017년 8월

이은해는 윤상엽을 피보험자로, 자신을 수익자로 보험 4개에 가입합니다. 사망시 보험금은 총 8억 원.

◆ 2018년 2월 9일~6월 20일

윤상엽은 이은해의 친딸을 입양하기로 했는데요. 2월 9일 신청서를 냈고, 6월 20일 허가를 받았습니다.

◆ 2018년 6월 5일

윤상엽은 빚(채권현재액) 총합계 135,509,070원으로, 개인회생을 신청했습니다.

대기업 엘리트 출신인 그는 결혼 후 친구들에게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돈을 빌리는 일이 잦아졌는데요.

한 친구에 따르면, 윤상엽은 결혼 전 급여로 3, 4억 모은 것으로 알려졌죠. 그럼에도 그의 휴대폰 문자에는 각종 공과금 체납과 제2금융권(캐피탈)과 대부금융권으로부터 빌린 수천 만원의 대출금 독촉 문자가 남아 있었는데요.

윤상엽의 채무가 늘어가던 시기, 그의 계좌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은해 친구 김 씨 계좌로 2년 동안 3,600만 원 이상 빠져나간 것.

이후 생활비가 부족했던 윤상엽은 이은해와 조현수에게 "밥먹을 돈이 없으니 각각 3만원(이은해), 7천원(조현수)을 달라"는 내용의 카톡을 보냈는데요.

◆ 2018년 12월 31일

이날 윤상엽이 자신의 SNS에 남긴 게시물입니다. 

"귀신 헨리곱터 팔아요 #귀신헬리콥터"

"귀신 헬리곱터 팔아요 39세. 카톡아뒤"

'귀신 헬리콥터'는 장기매매를 뜻하는 은어인데요. '그알'에 따르면 윤상엽은 장기매매 시도를 실패, 이후 등산용 로프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자를 자신에게 보냈는데요.

"오늘 X살하려고 등산용 로프를 인터넷으로 샀다. 3일 정도 후면 받아볼 수 있다. 우울증 병력이 있고, 술 취해서 목 매달면 X살해도 보험금이 나온다. 아내가 이걸 알아야 보험금 탈텐데."

◆ 2019년 6월 28일

"나 주말동안 회사 출근안해.. 라면하고 생수 사먹게 3000 원만 입금해죠. 그이상 입금 함 니 계좌로 바로 다시 보낼거야. 진짜

딱 3천 원만 진짜 그이상 보냄 계속 다시 임금할꺼야 내일 점심까지 보내주라. 회사서 밥은 해결하는데 쉬는 날은 답이 없어..2주동안 7kg 빠져서 회사서도 이상하게 봐 더이상 체중빠짐 나도 싫고"

사망 2일 전, 친구에게 카톡을 보낸 윤상엽. 이를 본 친구는 10만 원을 송금했는데요. 윤상엽은 자신이 요구했던 3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97,000원을 다시 보냈습니다.

◆ 2019년 6월 30일

이날 윤상엽은 이은해, 조현수 등 일행과 함께 가평 용소계곡으로 물놀이를 갔는데요. 

그가 사망한 장소는 다이빙으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절벽 높이는 4~5m.

계곡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 경. 사망 시각은 저녁 8시 20분~30분 사이로 추정됩니다.

저녁 8시 24분 최초 119 신고가 있었는데요. 윤상엽은 약 30분 뒤 구조되지만,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죠. 사망 원인은 '익사'.

법의학자 이호 교수에 따르면 당시 윤상엽의 기도와 폐기관에는 '포말'이 형성돼 있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자구책으로 계속 수면을 오르내렸다는 점을 증명하는 건데요. 때문에 일행이 그가 물에 빠졌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 2019년 7월 1일

윤상엽이 극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유지하려고 했던 보험의 실효 시점은 놀랍게도 사망 다음 날이었는데요.

◆ 2019년 8월 9일

"예쁘구9"

"귀엽구9"

"사랑스럽구9"

"행복합니닷"

윤상엽 사망 후 한 달이 조금 지난 시기, 이은해 카톡 프로필.

◆ 2019년 8월~12월

자신의 SNS에 수상스키 타는 모습, 딸과 마카오 등에서 여행한 사진 게재.

◆ 2019년 10월

경찰(가평경찰서),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

◆ 2020년 3월

'그알' 제작진에게 '보험사 불법만행'이라는 제목으로 제보.

◆ 2021년 12월

인천지방검찰청은 이은해와 조현수를 소환 조사했는데요. 이후 두 사람의 행방이 묘연해진 상황.

◆ 2022년 3월 30일

인천지방검찰청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이은해와 조현수를 공개 수배하기로 결정.

<사진출처=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