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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취업난 속 캠퍼스 화석된 나…졸업이 두렵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강혜영 인턴기자 = "학번 얘기하면 후배들이 경악하더라고요. 민망하죠. 저도 좋아서 졸업 안 한 건 아니에요."

이 모(27) 씨는 오늘도 학교에 간다. 벌써 8년째다. 서울 소재 명문대학교에 입학했다고 기뻐했던 게 2011년이다. 올해도 계속 학교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최근 지원한 여섯 기업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상반기 공채도 거의 끝난 요즘이다. 이 씨는 "다음 학기 역시 졸업 유예를 하기로 결심했다"며 "학생 신분을 벗어나고 싶지만, 구직 시 불이익이 있다고 해서 선뜻 학사모를 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학점을 다 채워도, 4학년을 마쳐도, 여전히 학교에 머문다. 지난 2월 졸업 대상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유예를 택했다. 취업난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노동 시장 진입을 늦추면서 경제 성장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취업준비생들은 "섣불리 학교 울타리를 벗어 났다가 불이익이라도 당할까 두렵다"고 호소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주요 기업 중 상당수가 서류 전형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은 학점도, 학벌도 아닌 졸업 시점으로 나타났다.

◇ '취업 빙하기'가 바로 요즘입니다

서울 신촌에 있는 한 4년제 대학교에 다니는 강 모(27·여) 씨는 최근 다시 졸업 유예를 신청했다. 최근 지원한 신입 사원 공채에서 모조리 탈락했기 때문이다. 강 씨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취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건 불합격 문자뿐이다"라며 "다시 학생 신분으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가 힘들다. 더 힘들어졌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대학 졸업자 중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는 54만7천명이다. 통계집계를 시작한 지난 1999년 이래로 5월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실업자는 가파르게 증가 추세다. 2008년 28만4천명이던 대졸 실업자는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졸자 중 직업을 구하지 못한 이가 50만명이 넘은 것도 처음이다.

전체 실업자 중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지난달 기준으로 전체 실업자 112만여 명 중 대졸 학력을 보유한 이는 절반에 육박했다. 2000년 5월 당시 기록한 14.2%보다 2.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공무원 시험이 대졸 실업자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올해 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대졸자 중 최저임금 노동자에 속한 이들이 타격을 받았다"며 "이와 함께 지방 공무원 시험이 5월에 열리면서 대졸 응시자들이 실업자로 편입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졸업하기가 두려운 이유는

취업난은 학사모 쓰기를 어렵게 만든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스펙 쌓는 데도 더 많이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 구직사이트가 올해 2월 대학교 졸업 대상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72.4%가 졸업 유예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그대로 졸업할 것'이라 답한 이는 30%도 채 되지 않았다.

실제로 대학 졸업 기간은 매년 꾸준하게 증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졸업에 소요되는 시간(2년제 포함)은 2016년 기준으로 4.3년이다. 9년 전보다 5개월 가까이 늘었다.

서울 소재 4년제에 재학 중인 강 모씨는 휴학만 4년째다. 토익과 자격증 시험, 인턴 등 취업에 필요한 요건을 쌓다 보니 자연스럽게 졸업이 늦어졌다. 강 씨는 "나보다 나이 많은 학생도 적지 않게 있어 괜찮다"며 "심지어 서른 살인 08학번 선배도 종종 본다"고 귀띔했다.

잡코리아가 졸업 연기를 결정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취업 준비 때문(복수응답)이라고 답했다. 토익, 토플 등 외국어 공인 점수 취득이 44.4%, 주요 자격증 취득이 32.5%, 인턴 등 경력 관리가 32.1% 등이다.

대학교 재학 당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졸업 후에는 어려워지는 점도 유예를 부추긴다.

얼마 전 졸업 유예를 택한 A(27) 씨는 "취업을 못 해도 학교에 남는 게 이득"이라며 "학생만 누릴 수 있는 도서관 이용이나 건강 검진 등의 혜택이 졸업 후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학교를 9년째 다니나 올해 초 졸업한 이 모(29) 씨는 일찍 학교 밖을 나선 것을 아직도 후회한다. 이 씨는 "대학생 대상 공모전 및 대외활동의 지원 조건이 재학생으로 제한된 경우가 많다"며 "졸업생은 아예 응시조차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졸업 후에 공백 기간이 길면 '그동안 뭐 했느냐'는 면접관의 질문도 졸업한 것을 후회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 졸업 시점, 취업에 큰 영향 미쳐

학생들의 걱정대로 졸업 시점은 취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6년 국내 500대 기업 중 100개 회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류 전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졸업 시점으로 나타났다. 학점이나 학벌, 어학 능력, 자격증 등 주요 스펙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졸업한 기간이 길수록 선호도는 낮아진다. 서류 전형 시 졸업 시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이는 졸업 예정자다. 100점 만점에 68.6점을 받았다. 이어 졸업 후 1년 이내(62점), 졸업 후 1~3년(48.1점) 등이 뒤를 이었다. 졸업한 지 3년이 넘었을 경우, 선호도는 1.4점으로 크게 하락했다.

취준생 역시 이런 분위기를 체감한다고 한다. 졸업을 앞두고 구직 중인 강 모(27) 씨는 "면접장에서 졸업 후 공백에 대한 질문을 받은 친구도 여럿"이라며 "구직자 사이에서는 졸업 기간이 길면 기업에서 싫어한다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있다"고 말했다.

교육행정학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대학생 졸업 소요기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이 높을수록 대학 졸업 소요기간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연구원 측은 "학생들은 고용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졸업 시기를 조절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 졸업 시점에 따른 차별 막아야

전문가들은 졸업 유예 현상이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률 감소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졸자의 졸업 유예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약 2천514억원(2013년 기준)에 달한다. 3년 전보다 5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노동 시장의 인력 부족 현상과 기타 발생 비용 등을 추산해 계산한 결과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졸업 시점을 중시하는 기업의 경향이 졸업 유예를 부추긴다"며 "졸업 시점에 따른 채용 차별을 막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채 연구위원은 "기업이 스펙이 아닌 능력 중심으로 채용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졸업자에게도 동등한 능력을 배양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응용경제학회(양정승)는 보고서를 통해 "졸업 후 미취업자에 대한 기업의 선입견이 문제"라며 "졸업자에게도 적절한 취업 훈련 기회를 부여해 고용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포그래픽=장미화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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