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위한 아내는 있는데, 왜 아내를 위한 남편은 없나요?"

최근 한 유치원에서 작성한 가정통신문 내용 일부가 SNS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트위터 이용자 A씨는 친척 동생이 다니는 유치원의 가정통신문 일부를 발견했습니다.

유치원 측은 부부의 날을 기념해 원생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나눠줬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편지를 쓰라는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그중 문제가 된 부분은, '남편이 아내에게 원하는 6가지' 항목이었습니다. 성적으로 만족을 주는 아내, 깨끗하고 매력적인 아내, 내조·집안 살림을 잘하는 아내 등이 적혀있었죠.

해당 문구는 '그 남자가 원하는 여자, 그 여자가 원하는 남자'(저자 김성묵) 중 일부 구절이었습니다. 책에는 "미국의 어느 크리스천 가정 사역 기관에서 부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라고 나와있는데요.

물론 이 책에는, 아내가 바라는 남편의 모습도 있었습니다. 1위는 애정을 표현하는 남편, 2위는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남편, 3위는 정직하고 투명하게 마음을 나누는 남편, 4위는 경제력이 있는 남편, 5위는 자녀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남편이었죠.

하지만 가정통신문에는 아내가 해야 할 항목만 적혀 있어 문제가 됐는데요. 네티즌들은 "2018년에 맞지 않은 구시대적 발상", "맞벌이 부부가 대다수인 요즘에 상당히 성차별적인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죠.

이에 한 매체는 최근 해당 유치원 측의 학부모에게 인터뷰를 했는데요. 학부모는 "받자마자 '이걸 준 취지가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받자마자 황당했다"며 "모든 와이프들이 그렇게 해야할 것처럼 쓰여있다. 남편과 주변 남자들에게도 보여줬는데 다들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죠.

학부모들은 통신문을 받은 뒤 유치원 측에 항의했다고 합니다. 이에 유치원 측은 문자로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 자녀에게 가장 큰 행복이라는 좋은 취지로 이벤트를 진행했다"며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못해 학부모의 마음을 속상하고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죄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도 좋은 취지로 이해해주시려고 노력해주신 학부모님께 감사드린다"며 "본의 아니게 관련 자료가 카페 등을 통해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유포를 중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학부모니께선 유치원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곘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문자메시지를 받은 뒤에도 싸늘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유치원 측은 뭐가 잘못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보내야 한다"고 항변했습니다.

한편 유치원 측은 논란이 된 가정통신문이 아닌, 새로운 편지지를 작성해 다시 아이들에게 나눠줬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도 남편을 위한 이벤트였고요. 아내에 대한 이벤트는 없었다고 합니다.